내가 하는 일은 정신 노동과 육체 노동이 동반되는 업종이다.
산더미 같은 일과 수많은 야근.
요 며칠은 밤을 세우며 전쟁을 치루었다.
거래업체까지 우리 때문에 밤을 낮 삼아 일했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내 정신이 아닌 멍한 상태에서 일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다 지금의 직업을 가진 이후 처음으로 실수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너무도 단순한 일을...
부하 직원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주의를 주던 일을 내가 실수해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원숭이 나무에서 떨어진 격이다.
실수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오늘 하루종일 뛰어다니다가 조금 전 집에 들어왔지만 소심한 성격에 잠을 청하지도 못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쏟아진 물을 다시 쓸어 담을 수도 없다.
이 핑계 저 핑계 실수를 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성들을 거미줄 짜듯 짜내 보지만 그래도 실수한 나 자신을 용납하기 힘들다.
그러다 문득 이번 실수는 그동안 내가 보인 행동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란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역할을 나누고 일을 하다보면 항상 예기치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
업무 과정에서 사고가 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누군가 실수를 하면 난 내가 그 실수를 하지 않은 것에 안도하며 그 사람의 실수는 그 사람의 능력이라고 너무도 쉽게 단정해버렸었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해 너무도 쉽게 결론을 지어버리고 말하였다.
하지 않아도 될 실수를 한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서 어쩜 남의 실수를 보며 보였던 건방진 내 생각에 대한 하나님의 꾸짖음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순간 내 모습이 너무도 부끄러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서 핸드폰을 꺼내 들고 문자 메시지를 작성했다.
'하나님께서 요즘 너의 자만에 경고를 내리신 거야. 쓰게 받고 반성해.'
그리고 내 번호를 입력했다.
얼마 후 다시 내게 돌아온 문자 메시지를 읽으며 그 동안의 내 모습에 대해 반성했다.
당당하게 살자는 내 다짐이 당당한 이들과의 비교가 아닌 약자와의 비교였던 나의 옹졸함이 창피하다.
이번 실수는 다행히도 일이 마무리되기 전에 발견되어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나무에서 떨어진 원숭이는 다시 나무에 오른다.
그리고 나무에서 떨어졌었다는 사실을 잊을지도 모른다.
내가 단순한 원숭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무에서 떨어진 지금의 내 모습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실수는 내겐 아주 쓴 약이지만 내 자만심을 고칠 수 있는 명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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