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용평에 다녀왔다.
작년 겨울, 드라마 '겨울연가'를 보면서 발왕산 정상의 눈꽃을 꼭 보러가리라 마음먹고 일년 동안 벼르다 회사 동호회 활동으로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이래 저래 꼽아보고 날짜를 잡았는데 막상 떠나기 전날 영동 지방에 눈이 많이 내린다는 소식으로 나이드신 분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런 말에 계획을 꺾을 내가 아니지 않는가?
폭설이 내려 하루쯤 회사를 결근하게 되길 은근히 바라면서 계획대로 용평으로 떠났다.
걱정과는 달리 고속도로에는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고, 용평에 도착해서야 눈발이 조금씩 날리기 시작했다.
용평에서의 이틀은 내가 태어나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겨울이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날씨에 조용히 내린 함박눈은 차라리 꽃눈이라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하얀 눈밭에 누워 밤하늘을 보니 하얀 꽃잎이 나풀나풀 내게로 축복처럼 떨어졌다.
사람들의 흥겨움 속에서도 조명받은 하얀 꽃잎은 사위를 정적 속으로 몰아넣었다.
아, 아름답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다음날 용평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발왕산에 올랐다.
발왕산 눈꽃이 장관이라는 기사는 자주 접했는데 직접 그 풍경을 보니 머리 속이 하얗게 퇴색되면서 한숨이 푹 나왔다.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까?
그 아름다움 속에 나도 정물이 된듯 그저 보고 또 보고, 영원히 이 풍경을 눈에 담고 싶어 또 보았다.
올해는 이렇게 하얀 풍경으로 시작하게 된 것을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이틀 동안의 겨울여행이 올 한 해를 사는데 내게는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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