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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구

바람 행짱 2004. 12. 10. 00:09

오구


연극 '오구'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산자와 죽은 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낮잠이 든 노모의 꿈 속에 저승사자와 남편이 나타난다.
혼비백산하여 깨어난 노모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아들에게 산 오구굿을 해 달라고 한다.
아들은 어머니의 바람이 미신으로만 여겨지지만 노모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흥겹게 오구굿 판이 열리고 노모는 마치 새색시가 된 양 흥겨워 한다.
그러다 노모는 '나 갈란다'라는 한마디만 남긴 채 생과 사의 경계를 넘는다.
흥겨운 굿판은 어느새 초상집으로 변한다.
초상집에서 산자들의 정성스런 염으로 노모는 먼 길을 떠날 채비를 갖추고, 산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노모는 먼 길을 떠난다.

 

오구굿은 죽은 사람이 생전에 이루지 못한 소원이나 원한을 풀어 주고 극락왕생을 바라는 무속 의식이다.
인간이 잘 살고자 하는 것은 죽기 위한 길을 잘 닦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회한이 남는 삶을 산 죽은 자를 위해 산자는 오구굿을 하게 되는 것일 게다.
그것은 최선을 다한 삶을 살겠다는 산자의 다짐이기도 하다.

 

오구굿은 장엄하지만, 연극 '오구'은 해학적이다.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죽음을 때론 우스꽝스럽게 때론 무섭고 신비롭게 그린다.
죽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맞아야 하는 의식이기에 산자들은 죽은 자를 위한 눈물을 거두고 축제를 연다.
상여 행렬이 객석을 지나며 배우와 관객은 다함께 흥겹게 노래한다.
'잘 가세요, 잘 가세요. 그 한 마디였었네.'
어느새 관객도 그들의 흥겨운 축제에 동화된다.

 

덧글...
연극이 끝난 후 주연배우 강부자 아주머니가 일일이 관객의 손을 잡으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긴 줄 끝에 잡은 강부자 아주머니의 손은 따뜻했다.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할 수 있는 손의 느낌이 참 좋았다.
내 손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느낌을 전달할 수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