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다

산을 노래하네

바람 행짱 2002. 2. 21. 12:06
노래 1 메아리

어린 시절 산은 메아리가 있어 정다운 곳이었다. 산에 오르면 커다란 목소리로 '야호'를 외치며 메아리를 기다렸고, 메아리가 들리지 않으면 순진하게도 나무가 없어서라고 생각했었다.

메아리 메아리 메아리가 사는 산
언제나 찾아가서 외쳐 부르면
반갑게 대답하는 산에 사는 메아리
벌거벗은 붉은 산엔 살 수가 없어 갔다오.
산에 산에 산에다 나무를 심자
산에 산에 산에다 옷을 입히자.
메아리가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


노래 2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

사춘기, 사랑은 풀꽃으로 만든 반지처럼 순수하고, 송사리가 노니는 냇물처럼 맑으며 서쪽 하늘에 번지는 붉은 노을처럼 가슴 시린 감정이었다.

풀잎새 따다가 엮었어요 예쁜 꽃송이도 넣었구요
그대 노을 빛에 머리 곱게 물들면 예쁜 꽃모자 씌워주고파
냇가에 고무신 벗어놓고 흐르는 냇물에 발 담그고
언제쯤 그 애가 징검다리를 건널까 하며 가슴은 두근거렸죠
흐르는 냇물 위에 노을의 분홍빛 물들이고
어느새 구름 사이 저녁달이 빛나고 있네
노을빛 냇물 위엔 예쁜 꽃모자 떠가는데
어느 작은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얘기


노래 3 한계령

20대, 세상은 내게 높고 커다란 산과 같았다. 그 산은 내게 오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려 했지만 난 언젠가 내 얼굴을 스쳐 지나갈 한줄기 바람을 기다리며 그 산을 올라야만 했다.

저 산은 내게 오지 마라 오지 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어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노래 4 산처럼 살리라

30대, 이제는 취하고 버릴 것을 알게 되었다. 계절에 순응하는 산처럼 욕심없는 산처럼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산처럼 즐겁게 아름답게 살리라.

저 산이 부른다 구름 위에 솟은 산 오르고 또 올라도 언제나 즐거운 산
아름답다 산이여 위대하다 산이여 산에서 살리라 산처럼 살리라

저 산이 부른다 흰눈에 덮힌 산 오르고 또 올라도 언제나 아름다운 산
황홀하다 산이여 장엄하다 산이여 산과 함께 살리라 산처럼 살리라


저 산이 여러분에게는 어떤 속삭임을 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