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著
신경숙, 그녀의 글은 항상 나를 불편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글을 외면하다가 어느 순간 책을 들곤 했다.
이번에도 그녀의 신작 소설이 화제가 되고 있음에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제목부터가 마음을 불편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안방에 이 책이 놓여 있었다.
"엄마, 이 책 샀어?"
"응. 읽고 싶어서 혹시나 하고 네 방 책장 찾아봤더니 없더라. 그래서 서점 가서 사 왔어."
"이 책 재밌어?"
"재미로 읽는 책 아니야. 나는 네가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내가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들이 다 들어있어."
엄마의 말씀을 듣고도 나는 한동안 이 책을 외면했다.
어쩌면 엄마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
엄마...
엄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엄마를 몇 번이나 불렀을까?
수없이 엄마를 부르면서 내가 아닌 오로지 엄마를 떠올리며 엄마를 생각하며 엄마를 부른 적은 있었던가?
늘 내가 필요할 때만 엄마를 불렀던 것은 아닐까?
소설을 읽으면서 그냥 덮어두고 싶었던 것을 들춰내고 있는 불편함으로 인해 마음이 무거웠다.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엄마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꼭 너같은 딸 하나 낳아서 키워봐라."
엄마의 말에 겁을 먹어서일까?
내가 엄마가 되는 길을 피해서 지금에 이르른 것이.
아마도 나는 죽을 때까지 엄마의 마음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와 다를 바 없는 우리 엄마의 철없는 딸로 살아가겠지.
소설 끝머리에 어릴 적 집을 찾아간 엄마가 당신의 엄마를 본 후의 독백이 마음에 남는다.
'엄마는 웃지 않네. 울지도 않네.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우리 엄마, 이 책 읽으면서 당신의 엄마가 얼마나 많이 떠올랐을까?
아마도 우리 엄마 당신의 엄마를 떠올리면서 많이 울었을 것이다.
엄마에게 많이 미안하다.
이런 딸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마도 나는 지금까지처럼 내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덮어두며 살 것이다.
이런 딸내미와 함께 사는 엄마는 또 많이 외로우실거고.
나이만 들었지 철은 들지 않은 나같은 딸을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