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구해줘
기욤 뮈소 著
"운명의 수레바퀴는 순응하는 자는 태우고 가고, 불응하는 자는 끌고 간다."
옛날 옛적에 세네카라는 사람이 한 말이다.
20대 초반 이 글귀를 접하고 운명에 대해서 머리 아프도록 많은 생각을 했었다.
살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운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삶과 운명의 관계는 수레바퀴처럼 돌고 돌아 그 어떤 결론도 얻을 수 없었다.
삶이 운명이라고 하자니 수동적인 삶에 흥미를 잃게 되고,
삶이 운명이 아니라고 하자니 설명되지 않는 삶의 모습이 많았다.
수레바퀴를 굴리고 또 굴려 나는 나만의 운명론을 정리하였다.
내가 생각하는 운명론은 단순하다.
이생의 내 운명을 결정지은 절대자는 바로 전생(前生)의 나였다는 것.
그리고 이생에서의 내 삶은 내생(來生)의 내 운명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
이렇게 운명론을 정리하고 난 후 삶을 대하는 내 태도도 단순해졌다.
노력한 결과가 좋게 나타나면 전생에 좋은 업을 쌓아준 나에게 고마워하고,
노력한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내생을 위해 나쁜 업을 쌓지 말자고 반성하고,
전생의 내가 이생의 나를 위해 그랬듯 내생의 나를 위해 늘 옳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운명론에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논리 또한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내 운명론이 억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남들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
나만의 운명론을 정리하면서 나는 현재의 내 삶에 고마운 마음이고, 운명에 상관없이 삶을 진지한 자세로 책임지게 되었다.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으면 운명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질문과 비껴가고 싶은 욕망을 만나게 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운명을 맞닥뜨리는 순간에의 인간의 왜소함, 여러 갈래의 길 앞에서의 선택의 두려움, 운명을 거부 또는 부정하는 나약함 ......
기욤 뮈소는 인간의 이런 마음들을 글로 완벽하게 옮기는 재주를 가졌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으면 빠져드는 것이겠지.
그는 운명에 대한 질문만 던지지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이것이 운명일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