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다

버스 정류장을 지나치다.

바람 행짱 2009. 6. 13. 18:44

최근 들어 내 독서량이 현저하게 줄었다.

그 이유는 회사 조직 개편 이후 늘어난 업무량으로 인해 퇴근 시간이 늦어졌다는 것과 함께 늦은 퇴근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인터넷에 할애하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어제도 야근 후 회식 자리에 잠시 참석했다 집에 오니 새벽 1시였다.

그 시간에 컴퓨터를 켜고 앉았다가 몇 권의 책에 대한 정보를 읽게 되었다.

구입을 위해 다이어리에 메모를 해 놓고나니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 책들을 다 읽어야 하는데 어떻게 시간을 쪼개지?

사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도 있는데.

마음은 조급해지는데도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컴퓨터와의 시간을 줄이고 부지런히 책을 읽자는 다짐을 했다.

 

오늘 아침, 토막잠에서 깨어나 밀린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사무실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지난 밤의 다짐을 실천에 옮기자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짐이 굳건해서였을까?

책에서 눈을 떼고 창밖을 보는 순간 내려야 할 정류장을 두 개나 지나쳤음을 알게 되었다.

서둘러 버스에서 내려서 사무실을 향해 걸었다.

그 때까지도 읽던 부분이 펼쳐져 내 손에 들려 있는 책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책을 읽다가 정류장을 지나친 것도, 생각지 않게 아침 산책을 하게 된 것도 모두 즐거웠다.

 

초여름의 파란 하늘, 맑은 아침 햇살, 가벼운 바람, 내 손에 들린 책, ......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많은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