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다

장금이들의 만찬

바람 행짱 2009. 6. 28. 00:45

수학 파트 부서원들과 함께 워크숍을 다녀왔다.

매년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1박2일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곤 한다.

업무 관련 세미나도 중요하지만 사무실을 벗어나 함께 하는 시간이기에 오래도록 되새길 수 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론 책을 기획하는 것보다 워크숍을 기획하는 것이 더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워크숍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그룹별 요리 배틀이었다.

네 개의 그룹이 각각 두 가지씩의 요리를 준비하여 만찬을 함께 한 후 각자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요리에 투표하여 가장 표를 많이 받은 요리를 만든 그룹에게 회식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평소 요리할 기회도 시간도 없었던 내 새끼(나는 부하직원을 자식이라 생각하기에 이렇게 부른다.)들이 모두 장금이로 완벽하게 변신했고, 그 시도의 결과물들은 당장 식당 하나를 차려도 될만큼 훌륭했다.

 

치즈 김치전... 일반적인 김치전이 아니다. 찹쌀가루를 넣고 모짜렐라 치즈까지 올린 특별한 김치전이다. 찹쌀가루 때문인지 쫀득쫀득하면서도 겉은 바삭한 것이 아주 맛있었다.

 

닭볶음탕... 사진은 그저 빨갛게 나왔지만 맛은 정말 끝내줘서 이번 요리 배틀에서 영예의 최고 요리로 등극한 닭볶음탕이다. 이 요리를 만든 쑥장금 양에게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그냥 만들면 돼요."  그냥 만든 요리치곤 너무 맛있잖아.

 

떡볶이... 이 요리를 선택한 그룹은 너무 평범해서 표를 받기엔 힘들겠다고 다른 요리로 바꾸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하지만 떡볶이를 간절히 먹고싶어했던 1인이 본인의 투표권을 떡볶이에 행사하겠다고 꼬셨고, 표 하나에 그들은 넘어갔다. 비록 1등은 못했지만 그릇이 모두 비워지는 영광을 누렸다.

 

캘리포니아 롤... 이 요리를 만든 그룹은 만찬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싸다가 망친 롤을 너무 많이 먹었다나? 애쓴 보람 때문인지 맛은 아주 좋았다. 한 개 먹으면 배가 부를 정도로 든든하기도 했고. 그리고 저 섬세한 데코레이션에 감탄을...

 

부추잡채와 꽃빵... 엄청난 분량의 레시피를 뽑아 와 나에게 종이 아깝다는 잔소리를 들은 이들. 그리고는 레시피는 보지도 않고 요리를 뚝딱 만들어냈다. 굴소스가 들어가 정말 맛있었는데, 투표하기 전 이 요리의 주역이 투표에 영향을 미칠 한 마디를 했다. "그런데 부추가 질기다."

 

새우 파스타 샐러드... 신선한 야채와 새우, 그리고 파스타가 어울린 샐러드. 소스가 맛있어서 어떻게 만들었냐고 물었더니 '슈퍼 제공'이란다. -,.-

 

해물 토마토 파스타... 각종 해산물을 듬뿍 넣은 토마토 파스타이다. 시중에서 파는 소스가 아닌 싱싱한 토마토를 이용해서 소스까지 직접 만든 의욕적인 요리였으나 면이 조금 덜 익어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서 교훈 하나! 파스타 면을 삶을 때에는 봉지에 써져 있는 시간만 믿지  말고 꼭 씹어 볼 것!

 

폭찹... 가장 손이 많이 간 요리이다. 만두에다 돼지고기 슬라이스를 말고 밀가루 옷을 입혀 구워낸 후 소스에 버무렸다. 그리고 메추리알과 오이를 이용한 장식까지(저 앙증맞은 토끼와 병아리를 어찌 먹으라고...). 맛도 좋았는데 아쉽게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다.

 

이 요리들을 콘도에서 뚝딱 만들어냈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그런데 내 새끼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멋진 녀석들이라 그걸 가능케 했다.

이렇게 만든 요리에 달콤한 와인과 행복한 웃음을 곁들였던 장금이들의 만찬은 우리 모두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내 새끼들은 알려나?

이렇게 작은 일에도 열정적이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녀석들을 내가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무슨 일이든 함께 해낼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한 팀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