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다

짱아가 날아왔습니다

바람 행짱 2009. 8. 8. 17:30

장마가 지나고 나니 푸른 하늘을 제 껏인냥 유유히 날아다니는 '짱아'가 유난히 눈에 띈다.

'짱아'가 무엇이냐고?

국어사전에서 '짱아'를 찾아보면 '어린아이 말로 잠자리를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요즘에는 거의 쓰지 않지만 나에게는 내 삶과 함께 해 온 분신과도 같은 단어이다.

 

어렸을 때 나는 '장아'라는 내 이름이 싫었다.

할아버지께서 첫 손녀라 고심한 끝에 고려 시대 왕후의 이름에서 따서 지은 귀한 이름이라고 말씀하셨지만, 내 친구들의 이름과는 다르게 낯설다는 것도 싫었고 이름으로 인해 생기는 별명도 모두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한때는 부모님께 이름을 바꿔달라고 울면서 떼를 쓰기도 했다.

그런데 초등학교(내가 다닐 때는 국민학교였다.)에 입학해서 한글을 배우고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무렵 국어 교과서에 실린 '짱아'에 관한 글을 배우게 되었다.

교과서 내용은 개미가 나뭇잎 배를 타고 여행을 하는데 짱아가 날아와 길동무가 되는 이야기로 삽화와 함께 수록된 그 이야기가 참 예뻤고, 개미는 그냥 개미인데 잠자리는 짱아라는 것도 신기했다.

그래서인지 그때 교과서에 실렸던

"짱아가 날아왔습니다. 예쁜 짱아가 날아왔습니다."

라는 문장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교과서에서 그 이야기를 공부한 후 친구들 사이에서 내 별명은 자연스럽게 짱아가 되었다.

내 이름을 된소리로 읽으면 '짱아'가 되기 때문이었다.

다른 별명과는 다르게 나는 '짱아'라는 별명이 참 좋았다.

들리는 어감도 좋았고,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는 잠자리가 된 느낌도 좋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해서도 내 별명은 언제나 자연스럽게 짱아였다.

뜻을 담아서가 아니라 이름을 약간 힘주어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짱아'로 불려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불려지다 보니 아예 내 이름이 짱아라고 생각하는 친구도 있었고, 우리집에 전화해서 '짱아 있어요?'라고 물었다가 전화를 받은 우리 아빠에게 '이 집에 짱아라는 아이는 안 산다. 내 딸 이름이 장아인데 혹시 장아를 찾는거니?'라는 소리를 듣고 당황해 했던 친구도 있었다.

사회 생활을 시작해서도 나는 여전히 짱아였고, 지금도 역시 짱아이다.

 

나이가 든 후에는 흔하지 않은 이름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쉽게 기억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내 이름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이름으로 인해 모든 이에게 '짱아'라고 불릴 수 있다는 것도 내겐 작은 행복이다.

 

 

 

 

 

 

 

 

 

 

 

 

 

 

나는 짱아를 보면 늘 반갑다.

 

짱아가 날아왔습니다.

예쁜 짱아가 날아왔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늘 반가운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