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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바람 행짱 2009. 8. 26. 01:18

 

  메리 앤 셰퍼, 애니 배로우즈 지음 / 김안나 옮김

 

작은 집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다정다감한 마을 사람들은 내가 너인듯 또 네가 나인듯 한 세상.

시간은 가벼운 바람처럼 흐르고, 과거는 웃음으로 기억되고 현재는 온기로 채워지며 미래는 꿈으로 기대되는 세상.

특별한 사연 없이도 마음을 담아 편지를 주고 받고, 그 편지가 추억으로 간직되는 세상.

감성이 주체할 수 없을만큼 차고넘치던 10대 시절에 내가 꿈꾸던 세상은 그랬다.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었고, 그런 세상 속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세상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가 아닌 과거에 있었다.

오히려 현재는 무서운 속도로 내가 꿈꾸던 세상과 멀어져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건지 아일랜드는 어느 순간부터 잊고 살았던 내가 꿈꾸던 세상이었다.

그리고 그 세상 속에는 내가 바라는 내가 있었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있는 나, 조급함 없이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줄 아는 나,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나, 마음속 감정을 충실히 표현하는 나, 편지를 쓰고 또 읽고 있는 나...

 

책을 읽으면서 딱딱하고 건조했던 마음이 말랑말랑하고 촉촉해져서 행복했다.

그리고 과거에 꿈꾸던 세상을 미래의 꿈으로 되새겼다.

언젠가는 건지 아일랜드에서 살겠다는 꿈으로.

엘리자베스가 되어 또 줄리엣이 되어 건지 아일랜드 사람으로 살겠다는 꿈으로.

건지 아일랜드는 시간을 멈춘채로 나를 기다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