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다
꼭 지켜야 할 약속
바람 행짱
2009. 10. 20. 00:40
아끼는 후배 G가 혈액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한 달쯤 전이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녀석은 재검을 받았고, 확진 판정을 받은 후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너무 착하고 예쁜 녀석이기에 한 동안 일이 손에 안 잡힐만큼 마음이 무거웠다.
이제 곧 병가에 들어가는 녀석을 만나 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나는 녀석의 눈에서 그 녀석이 병을 이겨낼 거라는 확신을 얻었다.
그래서 병을 알게 된 후 앞으로 하지 못할 것 같은 일들만 떠오른다는 녀석에게
치료 과정이 두렵고 무섭다는 녀석에게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지금 이 시간은 앞으로 너에게 주어질 긴 시간을 얻기 위한 과정이라고.
긴 인생을 위해 항암 치료를 받는 6개월 정도는 기꺼이 투자하라고.
그리고 이겨내라고.
병을 이겨내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바로 너이니
의지와 용기를 가지고 무조건 이겨내라고.
녀석과 헤어져 집에 돌아오는데,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잘 이겨내서 조금 더 단단해진 녀석을 만나게 될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때 녀석에게 문자가 왔다.
처음으로 울지 않고 엄마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녀석, 벌써 단단해지기 시작했구나...
덧붙임.
G야, 저 하늘을 너에게 줄게.
저 파란 하늘과 예쁘고 착한 네 마음이 닮았으니까.
그래서 저 하늘은 너에게 가장 잘 어울리니까.
그리고 나는 예쁜 모자 사주겠다는 약속 지킬테니,
너는 염치 있는 아이가 되겠다는 약속 꼭 지켜줘.
우리 새끼 손가락 걸고 엄지로 도장 찍고 손바닥으로 복사까지 한 거다.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