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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두근두근 내 인생

바람 행짱 2011. 10. 10. 20:12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

 

나는 인생을 연극으로 본다면 희극[喜劇]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이 비극[悲劇]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유와 결론일 수 있겠지만 살다 보면 인생이라는 것이 희로애락이 절묘하게 섞인 파노라마인데 우리는 굳이 비극의 주인공이기를 자처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관객의 처지에서 볼 때에는 희극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살면서 늘 나 자신에게 희극 배우임을 잊지 말라는 주문을 외웠다.

가능하면 눈물 흘리는 모습이 아닌 웃음으로 관객의 웃음을 이끌어내는 배우가 되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두근두근 내 인생>은 인생이라는 연극에 대한 내 생각을 수정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17살의 조로증을 앓는 늙은 아들에게 34살의 젊은 아빠는 말한다.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까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뻐."

가난한 가족에게 불치의 병이란 가누기 어려운 짐이었으며, 예견된 가족의 죽음은 극한 슬픔을 동반할 수 있음에도 젊은 부모와 늙은 아들이 함께 나눈 삶은 환희였다.

그들에게 인생은 환하게 빛나는 희극[熙劇]이었다.

그들의 빛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눈으로는 울고 입으로는 웃었다.

 

인생은 희로애락 중 원하는 것만으로 채울 수는 없다.

결국 그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세상에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며, 그동안 인생을 희극과 비극으로만 이분법 했던 내 생각은 틀렸다.

이제부터는 나는 새로운 주문을 외우려고 한다.

"나는 내 인생의 희극[熙劇] 배우다!"

라고.

이 소설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책을 읽으면서 내 가슴과 인생을 두근두근 힘차게 뛰게 했다는 것이다.

 

김애란 작가님, 이 고마운 선물 오래도록 간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