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뽀롱뽀롱 내린 날
겨울이 시작된 날부터 목을 쭉 빼고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을 기다렸느냐고?
바로 겨울의 상징인 눈!
지난달에 살짝 눈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그건 이 겨울의 첫눈이 아니었다.
우선 새벽에 내려 내가 보지 못했고 봤다 해도 싸라기 정도였다고 하고 게다가 가을에 내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이 겨울에 내게 첫눈으로 기록될 눈을.
드디어 오늘, 겨울이 시작되고 아흐레 되는 날 첫눈이 내렸다.
마치 마법처럼 뽀롱뽀롱 내렸다.
아침 출근길에 차창에 내려앉는 눈을 보고 오래전 헤어진 첫사랑을 만난 듯 잔뜩 상기되어 운전하면서도 내리는 눈을 흘끔흘끔 보았다.
내 눈길이 강렬했는지 눈송이는 내 눈길만 닿으면 어느새 녹아버렸지만 나는 눈길을 거둘 수 없었다.
눈이다, 눈.
눈이 온다.
흰 눈이 온다.
첫눈이 온다.
드디어 첫눈이 내린다.
아이고, 누가 옆에 앉아서 나를 보았다면 이 여자 미쳤나 했겠다.
내 전생이 눈만 보면 꼬리 흔들며 좋아하는 강아지였는지 나는 눈이 좋다.
아마도 조용히 내려 세상을 하얗게 변화시키는 눈이 가진 떠들썩하지 하지 않은 힘을 좋아하는 것이겠지.
올 겨울이 시작될 때 첫눈이 내리면 나에게 근사한 선물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틈틈이 선물을 생각해봤지만 아직 결정 못했는데 눈이 덜컥 내려버렸다.
그래도 좋다.
선물보다 눈이 더 좋다.
오늘은 첫눈이 뽀롱뽀롱 내린 날이다.
눈 오는 풍경은 아니지만 첫눈 오는 날과 어울리는 풍경이라서...^^
그리고 오른쪽 아래 하얀 것은 지난 겨울의 흔적이지만 분명 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