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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후배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어느 고등학교에 열심히 공부하는 여학생이 있었단다.
생활 태도도 좋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은 학생이었는데 형편이 매우 어려웠단다.
그래서 등록금을 비롯해서 돈이 드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늘 고개를 들지 못하는터라, 집안 형편이 어느 정도기에 싶어 하루는 담임 선생이 가정방문을 했단다.
부모님은 안 계시고 할머니와 함께 사는 집은 너무나 곤궁해서 그 담임선생은 도저히 그냥 나올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근처 가게에 가서 이것저것 사서 드렸더니 할머니는 사양할 염치도 없다면서 고맙다는 말씀을 몇 번이나 하시며 받으시더란다.
이런 형편에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 기특해 그 아이에 대해서 더 관심을 두게 되었단다.
그런데 성실한 그 아이가 한 달에 한 번씩 결석을 하더란다.
아이를 불러서 왜 그러냐고 물어도 대답을 안 하는 통에 이런저런 추측을 하다가 담임선생이 그 아이의 할머니를 찾아가 여쭸단다.
대답을 망설이던 할머니가 말씀하셨단다.
"돈이 없어서 그래요.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그래서 힘든 날은 학교에 가지 못하는 거예요."
이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나는 상상조차도 못하는 가난이 겁나고 무서웠다.
그 아이가 곁에 있다면 무조건 안고 등을 쓸어주고 싶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왜 항상 한 쪽으로 쏠리는지, 조금씩 나눌 수는 없는 것인지 정말 그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묻고 싶다.
새해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나눔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함으로써 함께 행복을 느끼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꽃은 종류가 달라도 색이 달라도 함께 있으면 아름답다.
단언컨대 사람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