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생각
빠르지 않게 혹은 느리게
바람 행짱
2012. 9. 18. 20:05
일요일, 오후로 접어든 시각에 집을 나섰다.
태풍의 영향으로 회색빛 구름이 머리 위에 내려앉았지만 느낌은 가벼웠다.
토요일 늦은밤 문득 떠오른 양평 닥터박갤러리에 도착했다.
젊은 화가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공간.
하늘 정원에 앉아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글을 썼다.
종이에 내려앉은 빗방울은 써내려간 글씨에 수채화를 그렸다.
그저 이 낯선 곳에 혼자 있다는 것만으로 흔들리던 마음이 차분해졌다.
혼자여도 충분히 채워진 느낌이었다.
마음 안에서 뒤죽박죽이던 것들을 던져버렸다.
아끼던 것까지도.
마음의 창을 열었다.
그 창으로 맑은 빗방울이 들어오고 빠르게 강물이 흘렀다.
마음에 빗방울이 채워지고 강물이 흐르도록 시간을 보냈다.
시간은 더디고 차분하게 흘렀다.
내 안의 얼굴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낯설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한 얼굴들.
마음을 비우니 빠르게 달리기만 했던 지난 시간이 보였다.
그리고 빠르지 않게 혹은 느리게 보낼 현재와 미래의 시간도 보였다.
이제는 빠르지 않게 혹은 느리게 시간을 맞아야겠다.
내 모습을 찬찬히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