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내소사 - 낮에도 별을 볼 수 있는 그 곳
내소사는 낮에도 별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십여 년 전 처음 내소사를 찾았을 때, 쏟아졌던 별빛은 아직도 내 가슴에 촘촘히 박혀있다.
아침 8시에 찾은 내소사는 나에게 그 별빛을 다시 안겨주었다.
저 지붕의 무게가 얼마나 될까라는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 건 왜일까?
느티나무 할배. 일 년에 한번씩 제를 지낸다고 한다.
이제 내 안의 것을 버리기 위한 걸음을 시작한다.
별빛. 촘촘한 나뭇잎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이 내겐 별빛으로 보인다.
초여름으로 접어들었지만 아직 늦봄의 색이 남아있는 나무들.
장금이가 다소곳이 앉아 종사관을 기다리던 연못. 나는 누굴 기다려야 하나?
어느 때부터인지 사천왕이 코믹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오니 인적이 드물어 이 풍경을 혼자 차지했다.
할매 느티나무, 입구의 할배와는 부부였겠지?
새벽녘에 스님이 비질하셨을 거야.
인적이 없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건 좋아도 너무 좋잖아.
이런 기둥을 보면 안아보고 싶다.
내소사 대웅보전.
스님의 독경 소리를 한참 듣으며 서 있었다.
세월이 칠해진 단청.
문살에 손을 대고 옛사람의 손길을 느껴본다.
내 마음도 이렇게 정리되면 좋으련만.
세월의 모습은 다양하다.
누구의 그림일까?
이제는 제 역할에서 물러난 무쇠솥을 보니 가슴이 아프더라.
묵언... 나에게도 필요한 수행인데...
살며시 꼬리치는 여행자를 유혹하는 녀석.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다음 날 그 약속을 지켜 나를 놀라게 했던 나리.
관음전에 올라 내려다본 내소사 전경.
다시 세상 속으로.
다른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꽤 긴 시간을 내소사에 머물렀다.
시간의 흐름은 잠시 잊고 마음을 비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내소사를 나오는 나는 다시 나였다.
바람이 되어 흘러갈 수 있는 가벼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