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잔상

[울릉도] 내수전에서 저동까지 - 꽃과 교감하며 걷다

바람 행짱 2013. 3. 9. 18:47

내수전 일출 전망대에서의 풍경은 '역시 울릉도!'를 외칠만했다.

나라는 사람은 곁에 사람을 두지 못하는 재주를 타고 났는지 이 멋진 곳을 한 시간 가까이 혼자서 차지할 수 있었다.

동쪽으로 보이는 저동 풍경, 동남쪽으로 보이는 선명한 독도, 서쪽으로 보이는 울릉둘레길까지 어디에 시야를 두어도 한 폭의 그림이었다.

울릉도가 그리는 그림은 자연 풍경임에도 울릉도 특유의 강렬한 인상 때문인지 수채화보다는 유화의 인상을 준다.

내수전 일출 전망대에서의 한가로운 시간을 접고 저동으로 향하는데 이 길이 꽤 고역이었다.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길에다가 시멘트 포장길이다 보니 발가락이 앞으로 쏠려 걷기조차 힘들었다.

요령을 부린다고 거꾸로 걷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깐의 처방일 뿐이었고, 울릉도를 발로 체험하겠다는 목표를 잊고 택시를 부를까를 고민하게 될 정도로 힘들었다.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것이 꽃이었다.

가을임에도 곳곳에 피어있는 꽃과 벗하니 길을 걷는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다.

 

   앞서 걸어왔던 둘레길을 품고 있는 해변이 마치 누워있는 공룡같다.

 

   울릉도에서 나무로 살면 행복하겠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다 좋다.

 

   하늘에서 저 산으로 툭 떨어지면 통통 튀어서 바다로 쏙 빠질 것 같다.

 

   구름이 하늘을 날아오르는 봉황 같다는 생각은 구름으로 상상하기 좋아하는 나만 하겠지?

 

   멀리 저동 항구가 보인다. 저곳에도 공룡 한 마리가 누워 있네.

 

   울릉도의 동쪽을 제외하고는 어디서든 보이는 죽도.

 

   이제부터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생명은 어디서든 움튼다.

 

   열매인가 싶어 먹어볼까 하다가 참았다. ㅋㅋ

 

   빨간색이 어찌나 요염하든지.

 

         

   풀처럼 보이지만 이것도 꽃이다. 이름은 모르지만 꽃은 꽃이다. 

 

   이건 뭍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

 

   개인적으로 보라색 계통은 안 좋아하는데 그것이 꽃 색깔이라면 다르지.

 

   이것도 꽃이겠지? 뽀송뽀송한 꽃.

 

   길가에 이렇게 알 하나 남기고 간 어미새는 어디에 있는 걸까?

 

   호박꽃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꽃으로 피어난다면 울릉도에서 피어나는 것이 좋겠지?

 

   사람들의 손길과 눈길에서 울릉도가 조금은 자유로울테니까.

 

   그러고 보니 꽃은 붉은 것이 많네.

 

   초록빛 잎 사이에서 더 빛나보이려고 그러나?

 

   사진발 안 받는 거미. 여러 장 찍었는데 이 녀석이 마술을 걸었는지 사진이 다 요 모양이다.

 

   꽃이 있어 즐거웠던 길. 꽃은 길동무로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