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잔상

[울릉도] 태하 - 풍경에 젖어드는 곳

바람 행짱 2013. 5. 15. 18:09

울릉도는 어디든 탄성을 이끌어내는 섬이었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곳을 하나만 선택한다면 단연 태화이다.

그 이유는 아래 사진에 담겨 있다. (이거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닌가? ㅡㅡ)

 

  9가지 맛을 지녔다고 해서 이름 붙였졌다는 황토구미. 옛날에는 임금님께 진상했다고 한다.

  지금은 얼마 안 남아 보호되고 있다고 하는데, 맛이 정말 궁금했다.

  태화에는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등대까지 쉽게 오를 수 있지만 내가 도착했을 때는 사람이 없어

  관광객이 모일 때까지 기다라고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내 특기인 도보!!! 이 소라 계단을

  올라 등대까지 걷기로 했다.

  진짜 진짜 맑은 바다. 뛰어들면 인어가 될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저 멀리 모노레일 승차장이 보이는 대화 해변.

  용암이 흘러서 형성되었다는 이 바위에 내 맘대로 파도 바위라고 이름 붙였다.

  해변을 따라 조성되어 있는 이 좋은 길에 사람이 없다. 이유는 모노레일의 편리함 때문이다.

  한적하게 걸을 수 있어서 나는 좋지만 편리함 때문에 아름다움을 놓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햇빛이 반사되어 빛나는 바다. 낚시하는 아저씨 뒤 바위에 걸터앉아 오랜 시간을 보냈다.

  마치 내가 강태공이 되어 낚시하고 있는 것처럼.

  30분 정도 파도 바위에 앉아 마음을 낚다가 바다를 끼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맑은 바다는 속은 훤히 보여주만 그 깊이는 가늠할 수 었게 한다.

  큰 강아지 한 마리가 누어있는 것 같은 해안가 모습. 강아지 해안이라고 이름 붙여도 되지 않을까?

  날씨 정말 좋다. 혼자서 이 풍경을 모두 가지기가 미안할 정도로.

  오직 나만을 위해 준비되어 있는 길이었다.

  저 물에 발을 담그면 파랗게 물이 들 것 같다.

  하늘과 바다는 파란씩끼리 만나 명확한 경계를 그린다.

  바다 색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소나무 숲으로 들어섰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길을 찾는데 애를 꽤 먹었다.

  같은 길을 두 번씩이나 오르락 내리락 하고...

  그러거나 말거나 이렇게 멋진 친구를 만나니 혼자 걷는 외로움은 사라지고...

  인간극장에 출연하셨다는 80세 노부부의 집. 커다란 닭들이 고추를 쪼아 먹고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이야기 하며 마당에 잠시 앉아있다 늘 행복하라는 덕담을 듣고 나왔다.

  드디어 태화 등대다. 하늘 색이 흰 등대를 빛나게 받쳐준다.

  전망대에서 현포 쪽을 바라본 풍경으로 한국의 10대 비경 중 하나이다.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 해서 발걸음을 돌렸다가 다시 돌아와 서기를 몇 번을 반복했다.

  커다란 공룡이 엎드려 있는 모습인 대풍감 절벽.

  서서히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보이는 풍경.

  조금 민망했던 오징어 조형물. 이런 건 고정관념인 것 같아 내 취향에는 안 맞지만...

  내려오는 길에 시선을 끈 하얀 꽃.

  평화롭다. 마음이 평온해진다.

  내려갈 때 모노레일을 타고 만난 고래 모양의 구름. 올라올 때는 모노레일 탑승권을 끊어야 하지만

  내려갈 때는 공짜다. 단지 조금 품을 들여 걸었을뿐인데 태화의 특별한 해안과 숲을 만나는 행운과

  함께 모노레일도 공짜로 타는 즐거움도 누렸다.

  화분에 피어있던 하얀 꽃. 내 기분을 아는지 같이 활짝 웃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