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잔상
[강촌] 구곡폭포 -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바람 행짱
2013. 9. 4. 18:08
내 서재 책상 위에는 내 사진이 담긴 손바닥만 한 액자가 있다.
15년 전 이맘때 강촌 구곡폭포 앞 바위에 턱을 괴고 있는 사진이다.
사진에는 배경 없이 환하게 웃고 있는 나만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 사진을 볼 때면 나를 환하게 웃게 한 시원한 폭포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그리고 웃는 내 얼굴이 좋아서 그때와 같은 웃음을 머금게 된다.
강촌 구곡폭포는 나에게는 그렇게 맑은 웃음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찾은 강촌은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변했고, 내 기억 속의 푸른 풍경에는 어색하고 혼란스러운 풍경이 덧대어졌다.
시간이 흐르면 그 시간 속의 모든 것이 함께 변하겠지만, 강촌의 변화는 소중한 뭔가를 송두리째 강탈당한 것 같아 허망했다.
그 허망한 마음을 풀어 준 것은 변하지 않은 옛 모습 그대로 나를 맞아준 구곡폭포였다.
구곡폭포는 오래전 내게 맑은 웃음을 주었던 그 풍경과 그 소리를 그대로 간직한 채 비단 같은 물줄기를 지상으로 내리고 있었다.
그 풍경을 보며 나는 옛 사진 속과 같은 웃음을 지었다.
고마웠다.
내 기억의 푸른 풍경과 얼굴의 맑은 웃음을 간직한 채 그곳에 그대로 있어주어서...
이른 아침 구곡폭포로 향하는 길은 조용했다.
구곡폭포는 비단 실을 뽑아 엮는 물레 같다.
곱디고운 비단 실이 굽이굽이 흐른다.
나는 자연이라는 이름에 속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상사병에 걸린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