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다
립스틱 흐리게 바르고
바람 행짱
2014. 7. 28. 18:58
나는 얼굴색이 짙은 편이다.
그래서 화장품도 얼굴색에 맞게 보통보다 한 단계 진한 걸 사용한다.
입술색도 예외는 아니여서 립스틱도 채도가 높은 색을 바른다.
간혹 립스틱을 선물로 받으면 보통 피부톤에 맞는 색이라서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발라보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곤 했다.
얼마 전 결혼한 부하직원으로부터 지방에서 치룬 결혼식에 참석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로 립스틱을 선물로 받았다.
고맙게 받아 열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채도가 낮았다.
이건 누구에게 줘야하나 하고 물끄러미 립스틱을 보다가, 충동적으로 거울을 꺼내 들고 입술에 립스틱을 발랐다.
그리고 멀찍이 거울을 들고 얼굴을 보니, 원래보다 옅은 색의 립스틱으로 한 꺼풀 덮은 입술이 어색해 보였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게 어때서?'
'뭐가 어색하다는 것이지?'
'입술 색보다 옅은 색의 립스틱을 바르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연한 색의 립스틱이 나에게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고정 관념은 아닐까?'
지금 나는 선물받은 옅은 색의 립스틱을 바른다.
립스틱을 바르기 위해 거울을 볼 때마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립스틱 흐리게 바르고~♪~♬"
그리고 작은 벽 하나를 깼다는 희열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