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바람 행짱 2002. 5. 7. 11:48
이제 며칠 후면 설입니다.
대부분 음력 설을 세는 우리 나라 사람들은 새로운 달력이 벽에 걸려도 설에 떡국 한 그릇 먹어야만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생각합니다.
며칠 후면 우리 모두 떡국 한 그릇을 먹고 지금의 나이에 한 살을 보태게 됩니다.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것 10대까지는 신나는 일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도 모르면서 단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금지되어 있는 많은 일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20대가 되면 왜 그렇게 20대를 기대했는지 무엇을 기대했는지도 떠올리지 못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세상에 부딪치며 나이 먹는 것에도 무감각해집니다.
그러다 20대 후반이 되면 갑자기 한 해를 보내고 한 살이란 나이를 더 보태는 일이 두려워지기 시작합니다.
세상사는 일이 그다지 녹녹하지 않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지요.
마치 인생이 끝날 것만 같이 느껴지는 29살이 지나고 30대가 되면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지며 시간이 흐름에 조금씩 몸을 맡기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경험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느낌입니다.
앞으로 살면서 40이 되고, 50이 되어가면서 설날 떡국을 먹는 기분은 계속 달라질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저에게 있어서 나이 한 살을 더 먹고 새로운 한 해를 살아가는 것은 새롭게 낯선 요리를 먹는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맛인지 함께 먹을 사람은 누군지 아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천천히 한 해 동안 그 요리의 맛을 음미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때로는 그 맛이 제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고, 함께 먹는 사람이 불편한 사람일 때도 있었지만 새로운 요리의 맛을 알아 가는 과정은 살아있음으로 인해 느낄 수 있는 행복입니다.

며칠 후면 제게 또 다시 새로운 요리가 주어질 것입니다.
저는 한 해 동안 천천히 그 맛을 알아가며 많은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앞에도 지금 새로운 요리가 멋지게 차려져 있습니다.
그 요리의 맛은 어떨까요?
맛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그 해답은 여러분이 그 요리를 대하는 마음가짐 속에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