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다
TV 속에 갇힌 너와 나
바람 행짱
2002. 7. 30. 12:34
오래간만에 미장원에 갔다.
한동안 손대지 않아 멋대로 자란 머리를 여름을 맞아 짧게 자르려고 결심한 것이다.
"언니 이번엔 웨이브 한번 넣어보죠. 여름엔 웨이브가 시원해 보이잖아요."
"저 웨이브 넣으면 이상해요. 남자가 파마한 것처럼 어색해 보이거든요."
"요즘 이나영 머리나 김희선 머리 많이들 하세요. 스타일이 예쁘니까 한번 해 보세요?"
"머리만 이나영이면 이나영이 되나요, 얼굴이 아닌데..."
미용사가 보여주는 스타일 책에는 우리 나라 여자 연예인들의 예쁜 얼굴이 빼곡히 있었다.
얼굴이 아닌데 머리만 한다고 이나영 되나 싶었지만 과감하게 웨이브를 넣어달라고 하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미용사의 작품을 기대했다.
그 결과 지금 나는 자칭 '못생긴 안정환'이 되어 버렸다.
까만색으로 염색한 것 같다는 소리를 가끔 듣는 내 머리색이 못생긴 안정환이 되는데 일조를 하였다.
머리를 하고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하니 사람들의 반응이 다양했다.
"그거 누구 머리한거예요?" - 난 내 머리 한건데...
"배두나 같아요." - 내가 그렇게 어려 보이나?
"오연수 머리했어요?" - 난 오연수가 어떤 머리를 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유행도 지났는데 배용준 머리했냐?" - 허걱, 내 머리 스타일이 그렇게 멋있단 말인가?
"뭐 안 좋은 일 있어요?" - 이런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니...
"선 보러 가냐?" - 이 나이에 선은 무슨...
등등등
나름대로 친근함을 표현하기 위해 건네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대부분이 연예인 이름을 대며 그 스타일에 찍어 붙이는 것이었고, 그 외에는 내 신상에 무슨 변화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었다.
새롭게 머리를 하고 내가 정말 궁금했던 것은 내 스타일의 변화가 성공적이었는가였는데, 정작 새로 바뀐 내 머리 스타일이 내게 어울리는지에 대해서 말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미용사의 권유나 사람들의 반응에서 난 우리가 얼마나 TV에 묻혀 사는지를 알 수 있었다.
요즘 사람들의 대화에서 TV 속 이야기가 빠지면 어딘지 양념이 빠진 것 같고, 전날 TV를 보지 않으면 아예 대화에 끼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머리 스타일뿐만 아니라 옷이나 말투, 행동까지 TV 속 사람을 따라하거나 비교한다.
한국에는 유행은 있어도 개성은 없다고 말한 한 외국인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언젠가부터 우리 모두 TV라는 틀 속에 갇혀 각자의 개성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누구와 비교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본질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새삼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주체성을 가지려면 나 스스로의 노력도 있어야 하지만 주위에서도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라는 인간의 테두리 안에서 나를 평가해야 한다.
누구와 비교되는 삶이 아니라 '나'다운 그리고 '너'다운 모습으로 서로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삶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새삼스럽게 TV에서 조금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의 모습이 더 가까이 보일 것 같기 때문에.
한동안 손대지 않아 멋대로 자란 머리를 여름을 맞아 짧게 자르려고 결심한 것이다.
"언니 이번엔 웨이브 한번 넣어보죠. 여름엔 웨이브가 시원해 보이잖아요."
"저 웨이브 넣으면 이상해요. 남자가 파마한 것처럼 어색해 보이거든요."
"요즘 이나영 머리나 김희선 머리 많이들 하세요. 스타일이 예쁘니까 한번 해 보세요?"
"머리만 이나영이면 이나영이 되나요, 얼굴이 아닌데..."
미용사가 보여주는 스타일 책에는 우리 나라 여자 연예인들의 예쁜 얼굴이 빼곡히 있었다.
얼굴이 아닌데 머리만 한다고 이나영 되나 싶었지만 과감하게 웨이브를 넣어달라고 하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미용사의 작품을 기대했다.
그 결과 지금 나는 자칭 '못생긴 안정환'이 되어 버렸다.
까만색으로 염색한 것 같다는 소리를 가끔 듣는 내 머리색이 못생긴 안정환이 되는데 일조를 하였다.
머리를 하고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하니 사람들의 반응이 다양했다.
"그거 누구 머리한거예요?" - 난 내 머리 한건데...
"배두나 같아요." - 내가 그렇게 어려 보이나?
"오연수 머리했어요?" - 난 오연수가 어떤 머리를 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유행도 지났는데 배용준 머리했냐?" - 허걱, 내 머리 스타일이 그렇게 멋있단 말인가?
"뭐 안 좋은 일 있어요?" - 이런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니...
"선 보러 가냐?" - 이 나이에 선은 무슨...
등등등
나름대로 친근함을 표현하기 위해 건네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대부분이 연예인 이름을 대며 그 스타일에 찍어 붙이는 것이었고, 그 외에는 내 신상에 무슨 변화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었다.
새롭게 머리를 하고 내가 정말 궁금했던 것은 내 스타일의 변화가 성공적이었는가였는데, 정작 새로 바뀐 내 머리 스타일이 내게 어울리는지에 대해서 말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미용사의 권유나 사람들의 반응에서 난 우리가 얼마나 TV에 묻혀 사는지를 알 수 있었다.
요즘 사람들의 대화에서 TV 속 이야기가 빠지면 어딘지 양념이 빠진 것 같고, 전날 TV를 보지 않으면 아예 대화에 끼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머리 스타일뿐만 아니라 옷이나 말투, 행동까지 TV 속 사람을 따라하거나 비교한다.
한국에는 유행은 있어도 개성은 없다고 말한 한 외국인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언젠가부터 우리 모두 TV라는 틀 속에 갇혀 각자의 개성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누구와 비교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본질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새삼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주체성을 가지려면 나 스스로의 노력도 있어야 하지만 주위에서도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라는 인간의 테두리 안에서 나를 평가해야 한다.
누구와 비교되는 삶이 아니라 '나'다운 그리고 '너'다운 모습으로 서로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삶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새삼스럽게 TV에서 조금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의 모습이 더 가까이 보일 것 같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