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다

늦은 여름 휴가...

바람 행짱 2002. 9. 5. 16:40

내일부터 제주도로 늦은 여름 휴가를 떠납니다.
그동안 일하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제주 바닷가에 그냥 풀어 놓으려 합니다.

어제 TV를 보다가 영국의 자연 체험 학습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자연을 이해하고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이 선생님의 체험 학습 프로그램 중 마지막 과정은 '아무 것도 하지 않기'였습니다.
숲 속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있는 것입니다.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기기도 하고, 새 소리, 바람 소리를 듣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합니다.
그냥 그렇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마음에 자연이 고스란히 담기게 됩니다.

저도 이번 휴가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계획도 세우지 않고 그냥 떠나려 합니다.
발길 머무는 곳에서 파도 소리, 바람 소리 들으면서 그냥 마음과 머리를 비워 보려 합니다.
제 머리 속에는 항상 생각이 너무 많습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생각을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충고를 해주었습니다.
그 충고에 대해 한번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는데 요즘 들어 제 머리가 그 생각들로 인해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생각을 많이 하면 현명하고 옳은 길을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 번 생각할 것을 두 번 생각하면 판단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그런 생각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깊은 생각은 도전의 결과에 대한 긍정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더 깊이 파헤치게 하고, 그럼으로 인해 도전에 대한 용기보다는 겁이 앞서게 되고 그냥 현실에의 타협을 선택하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일주일 동안 아무 생각없이 지낸다는 것 아주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나에게는 그 어떤 보약보다도 생각을 버리는 시간을 갖는 것이 가장 좋은 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 순간 제 마음은 벌써 제주도 바닷가에 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