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다

죽은 김광석

바람 행짱 2002. 12. 12. 09:22

난 김광석을 좋아했다.
그의 노래는 내 가슴에 사연을 만들었고,
얼굴에 잔뜩 우울을 묻히고 있으면서도
눈꼬리에 웃음을 담고 있는 그의 표정이 좋았다.

그런데 그가 죽었다.
그것도 자살을 하였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송광호는 묻는다.
"김광석은 왜 죽었을까?"
송광호가 궁금했듯이 나도 그가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 궁금했다.
그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점심시간이면 회사 근처였던 그의 집 인근을 걸었다.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를 생각하며.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
그가 말하지 않는데 내가 어찌 진실을 알겠는가.

그가 죽은 후 난 그의 노래를 듣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의 노래에서 냉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살아 있을 때 그가 부른 노래이고 기계를 통해 듣는 것은 생전이나 사후나 똑같은데
그가 죽은 후 그의 노래를 들으면 얼음을 가슴에 대는 느낌이었다.
난 그 냉기가 싫었다.
그리고 그가 다시 살아돌아오길 바랬다.
내가 좋아했던 그 목소리를, 따뜻함이 배어있는 그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서.

그런데 요즘 내 입에서 김광석의 노래가 떠나질 않는다.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도 김광석이다.
이건 모두 드라마의 영향이다.
수요일 밤 시간대 드라마가 삼파전을 벌이고 있는 요즈음
한 드라마의 배경 음악이 온전히 김광석의 노래이다.
그 드라마의 내용이나 등장인물에는 관심이 없다.
우연히 보게 된 그 드라마에서 흘러나오는 김광석의 노래가 날 이끌었다.

지금 듣는 김광석의 노래는 밋밋하다.
따뜻함도 차가움도 없다.
김광석의 노래는 그대로인데 내가 변했나보다.
느낌이 없는 밋밋한 사람으로 변했나보다.

오늘은 김광석의 웃는 얼굴이 그리워진다.
마치 옛사랑을 추억하는 마음과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