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다

여행을 다녀오다

바람 행짱 2005. 12. 18. 22:41

아.팠.다.

바쁜 일이 끝나고 여유가 찾아와서인지 갑자기 아.팠.다.

복통도 오고 몸살도 오고 감기도 오고...

병원에 가서 이 모든 증상에 대한 복합적인 처방을 받았다.

그리고 주말을 이용하여 1박2일의 여행을 다녀왔다.

목소리도 제대로 안 나오고 몸도 제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오래 전부터 약속되어 있던 여행이라 무리인줄 알면서도 떠났다.

숙소는 미리 정해놨지만 목적지는 정하지 않고 출발하였다.

숙소에서 원을 그려 반경을 정하여 움직이면 되겠지라는 생각만으로 떠나 첫번째 휴게소에서 첫번째 목적지를 정했다.

여기 어때?

좋아, 가자.

그리고는 네비게이션이라는 편리한 물건이 지시하는대로 움직였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발에도, 휘몰아치는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돌아다녔다.

여행은 언제나 좋은 사람하고 떠나게 된다.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좋아하는 동생 둘과 떠난 여행이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떠난 여행에서는 오고가면서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구수하게 조개 국물을 내 주시던 가게 아저씨도, 친절한 펜션지기 아저씨도, 숯가마에서 숯을 구어 내던 사장님도 모두 모두 좋은 분들이었다.

몸이 아픈 상태에서 떠난 여행이었는데 이렇게 즐겁게 이틀을 다니고 돌아오니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말끔히 씻겨나간 것 같다.

떠나기 전 목이 잠겨 안 나오던 목소리도 상태도 좋아졌고, 잠이 부족해 저절로 감기던 눈도 말똥말똥해졌다.

여행은, 특히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가장 좋은 피로회복제이고 자양강장제인가보다.

내년에도 나에게 화학적인 피로회복제나 자양강장제가 아닌 여행을 자주 처방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