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례 여사 칠순 기념 가족 여행
다섯 살에 시력을 잃고 장애인의 삶을 산 것도 모자라 뇌출혈 수술에 암 수술까지 생사의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오뚝이 같은 삶을 사신 큰 이모.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큰 어른으로서 중심을 항상 잡아주셨고, 늘 베푸는 사랑을 하셨으며, 노력하며 사는 삶 포기하지 않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큰 이모를 보면서 자란 나는 함부로 삶에 대한 불평을 할 수 없었고, 힘들다는 투정도 할 수 없었다.
내 삶의 중요한 순간순간에 이정표가 되어 주신 큰 이모의 칠순은 나에겐 특별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에게 큰 이모의 칠순은 특별한 의미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큰 이모에게 특별한 칠순 선물을 하고 싶었다.
몸이 많이 쇠약해지신 큰 이모에게 앞으로 몇 번의 생신을 더 챙겨드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니, 이번 칠순을 모든 가족들의 마음을 모은 자리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기획한 것이 '최정례 여사 칠순 기념 가족 여행'이었다.
대형 음식점에서 갖는 형식적인 축하의 자리가 아니라 이모를 중심으로 가족 모두가 모여 마음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 생각해 낸 아이디어였다.
이모 칠순을 낀 주말로 날짜를 정한 후 가족들에게 일일이 연락하고 여행의 세부 계획을 세웠다.
대 가족이 일박이일 동안 먹고 놀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한 번도 이렇게 온 가족이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없었던지라 준비하는 마음은 즐겁기만 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주말 전국 7개 도시에서 삼대에 걸친 큰 이모의 직계 11가족 33명이 여주의 한 펜션에 모였다.
그리고 칠순 파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일세대의 수다는 끊어지지 않았고, 이세대는 파티를 위한 장식으로 분주했으며, 삼세대는 자연 속에서 천진난만하게 놀았다.
그리고 석양이 질 무렵부터 바비큐 파티를 시작했고,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큰 이모의 생신 축하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의 동요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의 트로트까지 온 가족 노래자랑도 있었고, 한 밤중엔 밖으로 나가 까만 하늘에 폭죽으로 우리 가족의 별을 만들기도 하였다.
흥겨운 분위기에 아이들은 잠을 쉬 들지 못했고 어른들의 대화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다음 날 아침, 펜션 마당에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부족한 잠에도 불구하고 활짝 웃는 가족들의 얼굴에는 함께 했던 시간에 대한 즐거움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혼자서 한 달을 준비했던 가족 여행이 무사히 잘 끝나고 나니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혈연이라는 끈으로 인해 촌수를 따지며 묶여 있었던 가족들을 진정한 가족으로 다시 마음에 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큰 이모가 행복해 하셔서 너무 기뻤다.
큰 이모가 더욱 건강해서 앞으로 이렇게 생신 상을 계속 받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