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다

면접으로 알 수 있는 것

바람 행짱 2006. 9. 10. 21:50
 

월요일에 새로 입사한 직원이 사흘 근무하고 퇴사했다.

형식도 절차도 없이 그만 다니겠다는 말 한마디가 다였다.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다.

그러나 누굴 탓하겠나?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뽑은 내 탓이지.


우리 회사는 사원을 모집 과정은 까다롭기로 참고서 출판계에 소문이 자자하다.

우스갯소리로 수학 참고서 편집자 중 우리 회사 면접을 보지 않은 사람이 없는데, 합격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사람 뽑는 일에 신중하다.

함께 일할 사람을 뽑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내 지론이기도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런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기 소개서는 모두 거기서 거기인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고, 면접에서도 합격만 시켜준다면 회사를 위해 몸 바쳐 일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물론 그들의 말을 모두 믿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보험을 든다는 생각으로 회사 일을 하면서 불평불만을 쏟을 만한 상황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 두면 나중에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딴소리는 안하겠지 싶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합격해서 일을 시작한 이후에는 대부분 면접 시 나누었던 이야기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는다.

그 뿐만 아니라 면접을 통해서 보여줬던 첫인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도 거의 드물다.

늘 생각지도 못했던 성격이나 행동에 당황하게 되기 일쑤이다.


면접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알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도 많지만 포장지로 멋지게 포장한 사람도 적지 않다.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앞으로 사람 뽑는 일이 두려운 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