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다
장갑 네 짝
바람 행짱
2007. 2. 6. 17:32
출근길.
버스 정류장에 장갑 한 짝이 떨어져 있었다.
남자 장갑이었다.
이 장갑을 잃어버린 사람은 누굴까?
짝 없는 장갑은 쓸모도 없는데.
이 장갑 한 짝은 버려지겠지.
어디선가 그 짝도 버려질 것이고.
지하철 환승 통로.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 옆으로 장갑 한 짝이 떨어져 있었다.
여자 장갑이었다.
이 장갑을 잃어버린 사람은 누굴까?
아까 본 장갑 한 짝이 떠오른다.
오늘 장갑을 잃어버린 사람은 적어도 두 명이다.
발걸음을 옮기면서 혼자서 소설을 쓴다.
장갑을 잃어버린 남자와 여자를 엮어서.
이 장갑 한 짝도 버려질 것이다.
그리고 어디선가 그 짝도 버려질 것이고.
저녁 먹으러 가는 길.
한적한 길 위에 장갑 한 켤레가 떨어져 있었다.
살포시 포개진 모양이 마치 누가 일부러 놓고 간 것 같다.
이 장갑을 잃어버린 사람은 누굴까?
아침에 본 장갑들이 떠오른다.
오늘 장갑을 잃어버린 사람은 적어도 세 명으로 늘었다.
이 장갑은 아침에 쓴 소설과 어떻게 연결시켜야 하나 잠깐 고민한다.
이 장갑은 짝이 온전하니 장갑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다시 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잃어버린 사람은 아쉽겠지만 한 짝씩 잃어버리는 것보다 차라리 낫겠다 싶었다.
이상한 날이다.
하루 동안 잃어버린 장갑 네 짝을 만나다니.
오늘 밤에는 엉터리로 엮었던 소설을 꿈 속에서 완성시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