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교통사고를 당했다.
앞에서 접촉사고가 나서 그걸 피해 섰는데 뒤에 따라오던 차의 운전자가 운전하면서는 금지되어 있는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안전거리도 확보하지 않고 달리다 우리 차를 받았고, 그 때문에 연쇄적으로 충돌이 일어나 4중 충돌 사고가 되었다.
그나마 도로가 정체되어서 경미한 사고로 끝나 다행인 상황이었다.
사고 당시 몸에는 몇 번의 충격이 있었지만 다행히 별 이상은 없는 듯 했다.
그런데 사고 처리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드니 목과 어깨에 통증이 심하게 느껴졌다.
얼마 전 목 디스크 초기라는 진단을 받은 터라 갑자기 걱정이 밀려들었다.
통증은 다음 날이 되면서 더 심해졌고, 운전하셨던 아빠도 목에 통증을 느꼈고 심한 두통에 얼굴까지 벌겋게 부어올랐다.
그래도 당장 죽을 것 같은 통증은 아닌지라 아빠와 나 모두 일요일은 넘기고 월요일에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아빠와 나 모두 뼈에는 이상 없고 충격으로 인해 근육에 무리가 가서 느껴지는 통증이고, 며칠 동안 물리치료를 받으면 나아질 거라고 했다.
그런데 아빠가 검사 받은 정형외과 의사는 합의금을 받으려면 입원을 해야 하니 3일 동안 입원하라고 했단다.
아빠가 이상도 없는데 3일이나 입원할 필요가 뭐가 있냐고 했더니 그럼 하루만 입원해도 합의금이 나오니 하루라도 입원하라고 했단다.
내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이미 목이 아파 다니고 있던 병원이라서인지 물리치료 외에 입원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 교통사고 소식을 들은 모든 사람들이 안 아파도 아픈 척 해야 한다고들 했다.
이 기회에 며칠 입원하면 쉬어서 좋고 합의금도 받을 수 있으니 좋지 않느냐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친절하게 자신의 경험담을 덧붙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빠와 나는 검사 결과를 이야기하면서 허허 웃었다.
의사나 주위 사람들이의 한결 같은 반응이 씁쓸했기 때문이다.
아빠와 내가 착하고 그들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고가 나면 있는 그대로 처리하면 되는데 없는 상황을 억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교통사고 처리 문화가 씁쓸했다.
사람은 언제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 모른다.
이번에는 우리가 사고를 당했지만 다음에는 우리가 실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상황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처리하면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에게 좋을 텐데.
내가 이렇게 이야기했더니 누군가는 사고를 낼 땐 그 때가서 생각해야지라고 하긴 하더라만.
그나저나 일 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교통사고가 벌써 세 번째이다.
이거 살풀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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