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공세리 성당 - 가을 밤을 날아서 현충사에서 가을을 색으로 마음에 담고, 어둠이 내려올 즈음 공세리 성당으로 향했다. 저녁 미사를 앞둔 공세리 성당에는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들어 서늘한 가을 밤을 온기로 채웠다. 손수레에 의지하며 천천히 본당으로 향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절대적인 믿음이 느껴졌다. 공.. 여행잔상 2014.11.19
[아산] 현충사 - 나무의 인내 가을이면 나무는 겨울 채비를 한다. 줄기 속의 물을 최소화하고 잎을 떨구어 동사에 대비한다. 살기 위해 힘들고 아픈 시간을 거치는 것이다. 그 시간을 우리는 단풍으로 즐긴다. 원색의 향연을 펼치는 단풍을 보며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 애잔한 것은 나만의 느낌은 아니겠지? 이순신 .. 여행잔상 2014.11.12
[아산] 은행나무길 - 노란 풍경 노란색과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은행나무가 아닐까 싶다. 아산으로 여행을 가자는 마음을 먹었을 때 머릿속에는 현충사만 담겨 있었다. 올해 몰아친 이순신 열풍 때문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존경하는 인물 일순위로 꼽던 분이라서 현충사에 가서 영정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여행잔상 2014.11.11
[보령] 갈매못순교성지 - 신념에 대한 경외심 나는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가? 종교 수난사를 접할 때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여러 번 던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언제나 '아니다'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못한다'일 것이다. 살면서 아직은 무언가에 대한 신념을 지녀보지 못했다. 종교는 물론이거니와 사람, 사랑,.. 여행잔상 2013.12.16
[전주] 전동성당 - 가슴에 울림을 남기는 곳 나는 종교가 없다. 없다는 것은 신을 믿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의 종교에 적을 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나와는 달리 우리 가족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다. 전주를 찾은 날, 전동성당에서 미사를 보는 동생과 조카 옆에 나란히 앉았다.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신부님은 사제관 앞.. 여행잔상 2013.12.12
[전주] 한옥마을 - 멈추거나 느리거나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눈길을 두면 그곳은 풍경화가 되고 정물화가 되어 멈춘다. 시간을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타박타박 걸어야 한다. 천천히 걷는 발걸음 위로 시간이 조용히 쌓인다. 그런 느낌이 좋았다. 멈춰 있는 느낌, 느리게 움직이는 느낌. 한옥마을에서는 사.. 여행잔상 2013.11.27
[전주] 가을 하늘 - 무엇을 태우고 싶었을까 10월 초. 마음에만 담아두었던 전주에 다녀왔다. 전주는 일 때문에 여러 번 방문했지만, 이 도시를 두 발로 마음에 새기는 것은 처음이었다. 온종일 느릿느릿 걸으며 전주를 내 안에 담고 떠나려는데 서녘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서서히 황금빛으로 물들던 하늘은 어느 순간 붉게 타오르기.. 여행잔상 2013.11.20
[과천] 현대미술관 - 단풍에 홀리다 며칠 전 출근길에 노랗게 짙어진 가을이 노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을 보았다. 어느새 깊어진 가을을 보니 늦기 전에 이 가을을 더 깊게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인생의 특별한 동행자인 엄마 아빠와 햇살 좋은 오후 시간에 과천현대미술관을 찾아 나섰다. 단풍이 좋을 .. 여행잔상 2013.11.10
[강촌] 구곡폭포 -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내 서재 책상 위에는 내 사진이 담긴 손바닥만 한 액자가 있다. 15년 전 이맘때 강촌 구곡폭포 앞 바위에 턱을 괴고 있는 사진이다. 사진에는 배경 없이 환하게 웃고 있는 나만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 사진을 볼 때면 나를 환하게 웃게 한 시원한 폭포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그리고 웃는 내.. 여행잔상 2013.09.04
[경주] 기림사 - 소리와 생각이 사라지다 지난 여름휴가 때, 경주 이모 댁에 머무는 동안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머릿속에 기림사가 맴돌았다. 결국 경주에서의 마지막 날, 닷새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기림사를 찾아나섰다. 처음 기림사를 찾은 것은 20년 전쯤이었을 게다. 가을 무렵 찾았던 기림사에 들어서.. 여행잔상 2013.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