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목이 같은 두 편의 소설을 읽었다.
남한 작가 전경린의 <황진이>와 북한 작가 홍석중의 <황진이>가 그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두 소설은 제목과 주제가 같지만 특이한 차이점이 있다.
우선은 문화가 다른 남한과 북한에서 쓰여졌다는 점이고, 작가의 여성과 남성이라는 점, 또 두 작가의 세대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점이 두 소설을 모두 읽게 된 계기였고, 실제로 소설을 읽은 후의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그 다른 느낌을 몇 가지만 정리해 볼까 한다.
첫째, 두 소설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소설 <황진이>는 황진이라는 실존 인물과 그녀에 관한 일화를 축으로 구성한 픽션이다.
따라서 두 편의 소설은 뼈대는 같지만 뼈대 위에 붙인 살과 입힌 옷은 완전히 다르다.
황진이의 출생 배경부터 기생이 된 동기, 기생이 된 후의 이야기까지 두 소설은 완전히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황진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설 속 인물들은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창조물이며, 일화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 또한 성격과 역할이 작가에 의해 새롭게 창조되었다.
그렇기에 두 편의 소설은 나름대로의 읽는 재미가 있다.
둘째, 두 작가는 황진이라는 인물의 설정을 달리했다.
전경린은 따뜻하고 여린 황진이를, 홍석중은 차갑고 강한 황진이를 그렸다.
그러한 밑그림으로 인해 두 소설 속에서의 황진이의 모습은 다르다.
사랑에 대한 생각과 표현도 다르고, 우리가 아는 일화 속의 황진이의 모습도 다르다.
그것은 정열적인 40대 여성의 시각과 노련한 60대 남성의 시각이라는 점에서 파생된 결과가 아닐까싶다.
셋째, 소설에서 느껴지는 맛이 다르다.
두 편의 소설을 읽는 느낌을 맛으로 표현하자면 전경린의 작품은 깔끔한 케잌 한 조각과 같은 부드러운 맛이고, 홍석중의 작품은 다양한 고물이 박힌 찰떡을 오래도록 씹는 맛이다.
전경린의 작품은 군더더기가 없고 매끄럽다.
그에 반해 홍석중의 작품은 전경린의 작품의 두 배에 달하는 분량에 풍성한 비유와 살아 있는 입담, 여러 가지 풍속에 대한 사실적 재현 등으로 읽을 거리가 풍부하다.
넷째, 남한과 북한의 달라진 언어와 문화를 비교된다.
홍석중의 작품은 북한에서 쓰여진 그대로 남한에서 출간되었다.
그래서 두음법칙의 적용도 없고, 현재 남한에서 사용하지 않는 표현과 비유들도 다양하게 사용되어, 해방 이후 변화된 남한과 북한의 언어와 문화를 비교해 볼 수 있다.
두 편을 모두 재미있게 읽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홍석중의 작품에 더 호감이 간다.
그 이유는 내 입맛에는 케잌보다는 찰떡이 더 맞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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