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접속

[영화] 박쥐

바람 행짱 2009. 5. 4. 19:29

 

 

감독 박찬욱.

배우 송강호.

박찬욱이 만들고 송강호가 연기했다는 것으로 영화를 보기 전 영화의 색깔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색깔이 나를 불편하게 할 것이고, 영화 속 숨겨진 의미를 찾기 위해 나쁜 머리를 혹사시키게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 박찬욱과 배우 송강호는 나로 하여금 그들의 영화를 보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인간은 다면적 동물이다.

인간이 가지는 다면적 모습을 자신이 아는 모습과 모르는 모습으로 나누면 인간은 양면을 가진 동물이 된다.

인간이 모르는 자신의 모습은 어쩌면 알지만 애써 숨기거나 억누르고 있는 모습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인간이 다른 인간과 만나 관계를 맺게 되면 인간이 가지는 모습은 복잡해진다.

상대방에게 숨기는 모습과 상대방이 만들어낸 모습이 덧대어지면서 인간의 모습은 왜곡되고,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의 실상과 허상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돼버리는 것이다.

마치 들짐승이라고도 하고 날짐승이라고도 하는 박쥐와 같이.

 

박찬욱 감독이 영화에 담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그의 머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내가 읽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감독이 의도한 바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영화 속에서 상현과 태주를 통해 인간이 가지는 양면성과 인간과 인간이 관계를 맺으며 만들어지는 허상을 적나라하게 보았다.

그리고 인간의 숨겨진 욕망일 수도 있고 원죄일 수도 있는 모습을 맞닥뜨렸을 때의 불편함으로 인해 가슴이 답답해졌다.

 

내가 영화에서 읽어낸 내용은 벰파이어의 치정 멜로극이라는 장르와는 너무 동떨어진 것 같다.

감독의 담고 싶었던 생각을 읽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읽어낼 여지가 있다는 것이 영화의 매력 아닐까?

영화 감상에 정답은 없는 것이니까 나는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읽어낸 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P.S. 

이번 달 회사 사보에 박찬욱 감독에 관한 짧은 글이 실렸다.

학교에서 가훈을 적어오라는 숙제를 받아온 딸에게 그는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고 써 주었다고 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싸우고 나서도 '미워도 다시 한 번'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가 가훈에 담은 뜻이라고 한다.

이 짧은 글을 읽고 그의 영화를 보고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 관계가 일관되게 나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알고 있을까?

적어도 그를 애정하는 관객 1인이 그의 영화를 미워도 아니 불편해도 다시 한 번 보며,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 관계를 읽고 있다는 것을.

 

'문화접속'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세이] 사람풍경  (0) 2009.05.19
[에세이] 자전거 여행  (0) 2009.05.13
[소설]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0) 2009.04.20
[소설] 구해줘  (0) 2009.04.16
[소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0) 2009.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