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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했다.

바람 행짱 2009. 5. 27. 00:57

회사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격유형지표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취지는 각자의 성격 유형을 알아보고, 그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었다.

검사 결과와 토론은 주말에 있을 회사 워크숍에서 이루어질 예정이고, 오늘은 검사에 관한 사전 오리엔테이션과 실제 검사가 이루어졌다.

오리엔테이션 강사는 이 검사는 선천적인 성격을 알아보고자 함이니 지금 어떤가보다는 원래의 내가 어떤가를 생각하고 답을 체크하라고 하였다.

대부분이 두 개의 답지로 이루어진 질문지를 받고 답을 체크해나가다 보니 의외의 고민을 하게 되었다.

예전의 나라면 A라고 답해야 하는데 지금의 나는 B라고 답할 수 밖에 없는데, 이걸 A라고 답하는 게 맞나?

잠시 고민하다 강사의 말과는 다르게 지금의 내 성격 유형을 알아보자는 생각을 굳히고 답을 체크해 나갔다.

그리고 질문을 하나둘 읽어나가면서 거의 대부분의 질문에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 답을 달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이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내가 알게 된 것은 나란 사람이 정말 많이 변했구나 하는 것이었다.

 

변한다는 것의 의미는 다양할 수 있다.

나는 내가 나쁜 방향으로 변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예전의 나는 하늘을 대화 상대로 삼았다면 지금의 나는 사람을 대화 상대로 삼고 있는 것처럼 세상을 겉돌았던 내가 세상 속으로 들어왔으니까.

내가 변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19살 때의 일 년간의 투병 과정 이후 나는 아주 치열하게 살고 있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시킨 것도 아닌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부터 전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변했지만 예전의 내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그것 또한 소중한 내 것이기에 가끔씩 들춰내고 있다는 것을.

 

오늘 사무실 직원들과 점심을 먹는데, 한 직원이 나에게 물었다.

"실장님도 소심한 면이 있으세요?"

"그럼, 나 아주 소심한 사람이야. 난 일 할 때 빼고는 늘 소심해."

"에이, 안 그래 보이시는데."

소심한 모습 감추며 사는 것이 때로는 버겁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사는 재미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변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지금 가지고 있지 않은 새로운 모습들을 갖게 될 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