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아, 이제야 깨달았다.
표지에 아오마메와 덴고가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아오마메의 세상과 덴고의 세상은 같으면서 달랐던 것처럼 세상을 나타내는 Q도 같은 뜻이면서 다른 모양이라는 것을.
일본판과 다른 한국판 표지에서 이렇게 의미를 찾아내는 것(표지 디자이너가 표현하고자 한 것이 내가 찾아낸 의미일 가능성은 아주 낮겠지? 디자이너의 의도와 내가 찾아낸 의미가 같다면 아마도 나는 천재일거야. -,.-)은 그만큼 이 책에 내가 심취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다.
그를 알게 된 후 그의 책은 거의 섭렵했다.
하지만 그의 책에 대한 리뷰를 쓰기란 쉽지 않았다.
늘 글을 쓴 그의 의도와 글을 읽은 내 느낌이 서로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자물쇠를 내밀고 이것을 열어보라고 하는데, 나는 내가 쥔 열쇠가 그 자물쇠를 열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열쇠를 자물쇠에 꽂지 못하고 망설이기만 한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책에 빨려들어가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읽었고, 읽지 않은 분량이 줄어드는 것을 보며 아깝다라는 생각까지 했지만 이 책을 읽은 감상이 무엇이다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아오마메와 덴고가 어느 순간부터 살게 된 같지만 다른 세상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사랑과 인연에 대해서도 내 느낌을 표현하기보다는 그냥 마음 속에 담아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
그는 내가 숨기고 사는 왜소함을 끄집어내는 사람이고, 그 왜소함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마음을 자극하는 작가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좋다.
1Q84.
이 네 글자가 나에게 마음과 세상을 제대로 보며 살라고 말한다.
그 말에 귀기울여 올려다 본 밤하늘에는 달이 하나였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아직 내가 사는 세상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1Q84는 무라카미 식 열린 결말이다.
하지만 반갑게도 그는 지금 1Q84의 3권을 집필 중이라고 한다.
내년 여름쯤 출간된다는 3권을 기대하면서, 3권의 표지에는 아오마메와 덴고가 함께 있는 모습이 담기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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