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다

손님이 왕이라는 생각

바람 행짱 2009. 11. 27. 01:11

"실장님, 고객 전화인데 좀 받아주세요."

나한테까지 고객 전화가 연결된다는 것은 직원들이 아무리 설명하고 설득해도 먹혀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내가 해결해야 하는 고객 문의는 최고 난도 수준이다.

이렇게 연결된 고객 문의 전화를 받아보면 백이면 백 화를 낸다.

앞도 뒤도 없고 논리도 없이 막무가내로 화부터 내는 것이다.

심지어는 정계, 언론계, 법조계까지 온갖 인맥을 다 동원해서 협박 수준의 엄포를 놓기도 한다.

문제를 풀다가 오류가 있어 화가 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정도가 협박 수준까지 되면 잘잘못을 떠나 나 또한 화가 나곤 한다.

며칠 전 받은 고객 전화도 마찬가지였다.

책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도 본인이 생각했던 바와 다르다는 이유로 내 설명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대응하는 내 말투가 거슬린다고 타박을 놓기까지 했다.

어찌어찌하여 처리는 했지만 전화를 끊고 나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흔히 '손님은 왕'이라고 한다.

이 말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계에서 구매자를 왕처럼 모시겠다는 판매자 입장에서의 마음가짐이다.

그런데 간혹 구매자가 자신을 진짜 왕으로 생각하여 판매자 위에 군림하려 든다.

설혹 왕으로 생각한다손치더라도 그렇다면 왕으로서의 자격을 갖춰야 할텐데, 스스로 왕으로 생각하는 사람치고 그런 자격을 갖춘 사람은 드문 게 사실이다.

언젠가 고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정신적 질병에 시달린다는 방송을 보았다.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대하는 고객들로 인한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한다.

그 병에 시달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반대의 상황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한다고 하니 이것이야 말로 악순환이지 싶었다.

 

타인을 대할 때에는 자기 자신을 대하는 자세여야 한다.

그것이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기본 자세이다.

그럼 의미에서 '손님이 왕'이라는 생각을 '당신이 왕'이라는 생각으로 바꾸는 것이 어떨까?

 

 

 

 

 

 

 

 

 

 

 

 

 

 

 

 

 

 

 

말로 입은 상처는 쉬이 아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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