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잔상

순천만, 겨울

바람 행짱 2009. 12. 20. 22:02

무조건 떠나야 했다.

내 몸에서 꿈틀거리는 역마살을 새로운 에너지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했다.

그래서 떠났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주말에 갑자기 떠오른 순천만으로.

순천만에서 만난 겨울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저 갈대일 뿐인데 매일 볼 수 있는 노을일 뿐인데 언제나 하늘에 있는 별일 뿐인데 순천에서 가슴에 담은 갈대, 노을 그리고 별은 특별했다.

 

자, 순천만에서의 겨울 여행의 시작이다.

 

갈대의 노래가 들린다. 

 

크지 않은 소리의 아름다운 합창이다.

 

노랫소리에 맞춰 사공은 노를 젓는다.

 

어느새 갈대는 황금빛으로 변해가고...

  

사람도 갈대와 함께 풍경이 된다.

   

하늘의 노래는 갈대의 그것보다 웅장하다.

 

세상은 조용히 낙조의 마지막 떨림을 품는다.

 

누가 이 빛을 만들었을까? 

 

세상을 모두 빛나게 하는 이 빛을...

 

찬란한 빛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약속이다. 

 

내일을 오늘이 되게 하는 그 새로움을 위하여 빛은 마지막 힘을 쏟아낸다.

 

이 빛은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해가 떨어진 만에 정적이 감돈다.

 

지난 시간을 보내고 새 시간을 맞기 위한 정적이다.

 

구름이 그 정적을 감싼다.

 

짙어지는 어둠 속에서 초생달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달은 선명하게 존재감을 나타낸다.

   

세상은 이렇게 늘 새롭게 채워진다.

 

작은 솔방울로도 희미한 초생달로도 반드시 채워진다.

 

그것이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이다. 

 

아름다운 세상 속에서 사람도 아름답다.

 

빛나는 세상 속에서 사람 또한 빛난다.

 

이번 여행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특별했다.

빨리 흘러가주기만을 바라며 무기력하게 보냈던 2009년을 마무리하면서 묵은 마음 주머니를 비우고 새로운 마음 주머니를 만드는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방전됐던 에너지가 다시 충전되었다.

2010년이여, 어서 오라!

 

'여행잔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천 송광사  (0) 2010.01.03
순천 선암사  (0) 2009.12.29
춘천, 가을  (0) 2009.11.04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낚다  (0) 2009.09.29
[베트남] 하롱베이_2  (0) 2009.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