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잔상

[제주도] 함덕 서우봉 해변

바람 행짱 2011. 3. 12. 16:52

 

제주도 함덕이라고 하면 산호빛 백사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수심이 얕아 해수욕하기 좋은 곳 정도가 떠오르겠지.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이와 같은 함덕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바닷가에서 서서 보는 바다가 아니라 해수욕장 인근 서우봉에 올라서 본 바다는 큰 감동을 주었다.

그간의 시간 동안 온갖 것들이 쌓이면서 끍히고 상처난 가슴은 갓 태어난 아기의 그것과 같이 새로워진 느낌이었다. 

 

그 날, 함덕에는 거센 바람이 불었다.

 

밀려오는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는 멋진 화음을 이루었다.

  

바다는 바람 따위는 없는 양 가지런하기만 하다.

 

서우봉에 오르는 길.

 

마치 처음 바다를 보는 사람처럼 외친다. '와우, 바다닷!'

  

파도는 하얀 옷을 입고 끊임없이 밀려온다.

 

이 바다에서 내가 얻은 것은 '無'를 향해 가자는 것이다.

 

나무는 정직하게 바람의 방향을 알려준다. 바다에서 육지로...

 

바라보는 곳에 따라 바다는 다른 색으로 변신한다.

 

서우봉에 오를수록 작아지는 바다가 내 품에 더 쏙 안긴다.

 

서우봉 정상의 갈대숲.

 

서우봉을 돌아 내려오는 길, 다시 바다가 맞아준다.

 

바다색이 너무 푸르러 보고있자니 가슴이 시려 아파온다.

 

바다가 주는 아픔은 웃음을 만든다. 아픔이 살아있음을 감사하는 희열이 된다.

 

다시 바닷가에 섰을 때 나는 바람에 날릴 듯 가벼워져 있다.

  

저 하늘의 파란색처럼 저 바다의 파란색처럼 나는 맑고 가벼워졌다.

 

바다에게서 끊임없는 도전의 용기를 얻는다.

  

친구가 되자고 하던 귀여운 녀석들.

 

나는 여행을 통해서 한 주먹만큼 가벼워졌고, 한 뼘만큼 큰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꼭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창 넓은 카페에서 향 깊은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것.

여행의 마지막 날 그 소망을 이루었다.

함덕 바닷가에 추춧돌을 박고 세워져 있던 'Sea Blue'라는 카페.

이 곳에 앉아 파도 소리를 음악 삼아 두 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끔 눈을 들어 바다를 보면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행복... 그건 언제나 내 가까이 있는데...

나는 알고 있다.

일상 또한 여행이고, 그 안에 수 많은 행복이 숨어 있다는 것을.

 

일상 속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현명한 여행자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