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내린 눈에 잔뜩 흥분되었다.
특별한 약속이 있기는커녕 업무 관련 회의 때문에 주말을 모두 사무실에서 보내야 할 처지인데도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레었다.
그러나 그런 설렘도 잠시.
뚝 떨어진 기온으로 내린 눈은 바로 얼음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차들은 거북이가 되어 버렸다.
나 또한 거북이가 되어 엉금엉금 기어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한참을 정차했다가 50cm 전진을 반복하기 시작했고, 곳곳에 미끄러져 휙 돌아가 있는 차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승객을 가득 태운 버스가 옆으로 한참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모습은 서스펜스 영화의 한 장면 같았고, 녹은 눈이 얼어붙어 움직일 때마다 끽끽거리는 와이퍼의 소리는 공포 영화의 배경음악 같았다.
그렇게 몇백 m 남짓을 가는데 한 시간이 넘게 소요되고 있는데 갑자기 내 차의 바퀴도 찍 미끄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 순간 덜컥 겁이 났다.
하늘에서는 계속 눈이 내리고 상황은 점점 안 좋아지고.
그렇게 한참을 더 꼼짝을 못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사람이 나타나 차 앞을 막아서더니 빨간 봉을 휘두르며 교통을 통제하는 것이 아닌가.
이젠 정말 도로에 갇히는구나, 이러다가 기름이 바닥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잠시 하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마음을 비우는 순간 저 멀리서 빠르게 달려오는 노란 제설차가 보였다.
제설차는 내 차 코앞까지 와서 갈지자로 움직이며 도로에 하얀 가루를 뿌렸고, 어느새 하얗던 도로는 까만 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제설차는 영화 트랜스포머의 노란 범블비로 보였다.
범블비의 활약으로 암담했던 순간을 벗어난 나는 한 시간을 더 소요하고서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긴장하고 운전한 탓인지 어깨가 묵직하게 아파왔지만 이번 일을 통해 깨달았다.
시간이 걸릴 뿐, 결국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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