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이면 전철역 주변엔 광고 전단지를 나누어 주는 사람이 많다.
이른 시간부터 사람이 바쁘게 이동하는 장소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광고지를 나누어 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아침이면 나도 수 많은 광고지를 건네는 손길 앞을 지나지만 나에게 필요 없는 것이기에 받지 않는다.
게다가 역 주변에 버려진 수많은 광고지를 보면 펄프도 안 나는 나라에서 물자 낭비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일을 하기 위해 출근하는 나보다 그들은 더 일찍 그들의 일을 시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으로 그들의 얼굴을 보니 항상 웃는 표정이다.
게다가 그들이 건네는 광고지를 받지 않아도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그들은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웃는 얼굴과 밝은 인사를 받으면서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내가 그들에겐 어떻게 보였을까?
이런 생각이 든 이후부터 나는 광고지를 건네는 사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광고지는 받지 않지만 살짝 고개를 숙이며 "네,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그들의 인사에 답을 건넨다.
어제 아침, 난 광고지를 돌리는 사람의 입장에 서게 되었다.
회사에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여 새롭게 론칭하는 학습 만화 홍보를 위해 전 직원이 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에게 견본책을 나눠 준 것이다.
예쁘장하게 만들어진 견본책을 들고 학생들이 등교하는 길목에 서니 괜히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내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내가 건네는 견본책을 무시하며 싸늘한 얼굴로 지나가는 학생들이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레 무안해져서였다.
그래서 내가 만났던 광고지를 돌리는 사람들과는 달리 경직된 표정으로 아무 말도 없이 학생들에게 책만 내밀었다.
그런데 초등학생은 아직 순수하고 예뻤다.
내가 내민 책을 무시하고 가는 학생들은 소수였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차례로 줄을 서서까지 책을 받았다.
마치 선생님에게 상장 받는 학생처럼 두 손으로 공손히 책을 받으며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하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덕분에 견본 책을 나눠 주는 일은 수월하게 끝났다.
어제의 경험은 내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였다.
광고지를 건네는 나와 광고지를 받는 나.
광고지를 건네는 나와 내게 광고지를 건넸던 사람들.
광고지를 받는 나와 내게 광고지를 받은 학생들.
모두가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아침마다 만나는 웃는 얼굴로 광고지를 건네는 사람들, 작은 광고용 책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는 초등학생들, 이들의 얼굴에는 내가 닮고 싶어하는 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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