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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바람 행짱 2005. 8. 13. 23:26


 

1차 티켓 박스 오픈에 맞춰 일찌감치 예매해 두었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보았다.(어느새 2달 전이 되어버렸다.)
세계 3대 뮤지컬 중 하나라는 명성에 걸맞게 음악이나 무대 예술은 흠잡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었다.
공연을 본 지 2달 가까이 지나서 그것도 마지막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때에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외모에 관한 것이다.

 

팬텀은 흉한 얼굴로 인해 오페라 하우스의 지하에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살게 된다.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얼굴로 같은 세상을 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뮤지컬의 주제는 아니지만 외모에 대한 세상의 시각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외모에 대한 시각은 뮤지컬이라는 가상의 세상에서보다 현실에서 보다 신랄해진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팅이었던 이번 공연에서 여주인공 크리스틴 역을 맡은 배우는 유색인이었고, 키가 작고 통통한 외모였다.
1막이 끝나고 중간 휴식 시간이 되자 여기 저기서 쑤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여주인공인 크리스틴이 예뻐야 하는데 너무 작고 못생겼다는 것이었다.
그에 이어 출연진 한 명 한 명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그 평가란 연기력과 노래 실력 뿐만 아니라 외모까지 포함해서였다.
뮤지컬을 같은 본 후배도 크리스틴이 너무 작아서 뮤지컬에 몰입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 후배에게 그런 외모에도 주인공을 맡기까지 그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겠느냐고, 아마 다른 사람보다 훨씬 많은 노력으로 그 자리에 섰을 거라고 했지만 후배는 내 말에 그리 공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지난 주 인터넷 뉴스에는 이런 외모에 관한 기사가 하나 있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세 번째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해리포터의 첫사랑 역으로 캐스팅 된 중국계 여배우의 외모가 예쁘지 않다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기사를 읽으니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의 크리스틴의 외모에 관해 관객들이 이야기하던 생각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왜 주인공은 예쁘고 날씬하고 멋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외모에 대한 잣대를 엄하게 세우는 것일까?
그리고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다르게 적용되는 그 잣대의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 알 수 없는 잣대로 인해 성형 열병, 다이어트 열병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외모가 아니라 개성일 것이다.
자기 자신의 개성을 잘 개발하고, 다른 사람의 개성을 바르게 볼 수 있는 시각이 외모 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요즈음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