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다

日記를 쓰다

바람 행짱 2006. 1. 13. 00:50

내 침대 밑에는 꽤 많은 권수의 대학 노트가 있다.

그것은 지난 날 내가 썼던 일기이다.

어릴 때부터 난 일기 쓰는 것을 좋아했었다.

초등학교 들어가서야 글을 배웠고, 그림일기라는 것을 쓰기 시작했다.

방학 때 숙제로 내주는 그림일기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정성스럽게 그리고 썼다.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된 이후에는 불규칙한 일기를 썼다.

지금은 아무도 믿지 않지만 그 때는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라 일기만이 내 마음을 꺼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되 주었다.

대학생이 된 이후부터 다시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8년이 넘는 세월을 고스란히 일기장에 담았다.

그렇게 일기를 열심히 썼던 이유는 미래의 의사소통을 위해서였다.

만약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의 성장에 맞춰 내 일기장을 한 권씩 줄 생각이었다.

나는 자라면서 부모님과 큰 문제는 없었지만 서로 다른 역할로 인한 마음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그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서 부모의 일기장은 좋은 도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난 되도록 솔직하게 나의 이야기를 일기에 적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 몇 년이 지나자 난 일기장에 쓸 이야기들을 잃어가고 있었다.

시계추처럼 집과 회사만 왔다갔다 하고, 머리 속에는 오로지 일 생각만 가득 차 있으니 일기장을 펼쳐 놓고도 쓸 이야기가 없었다.

그래서 29살 즈음에 마지막 일기장을 덮고 중학생 때부터 모아왔던 모든 일기장을 침대 밑으로 넣어버렸다.

 

2006년,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어느 날 퇴근해서 보니 화장대 위에 2006년 다이어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마도 무엇이든 생기면 큰 딸부터 떠올리시는 아빠가 가져다 놓으셨을 것이다.

다이어리를 펼쳐 보다가 옛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이제는 의사소통을 위한 기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 백지 위에 나를 써 넣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끄적 끄적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새해가 시작되고 열흘 넘게 흐른 시간, 다행히도 뭔가를 계속 적고 있다.

아직도 나를 종이 위에 써 넣을 수 있다니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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