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다

'시작'의 힘

바람 행짱 2006. 5. 20. 01:43

"제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이 길이 제 길인지,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새로운 업무를 맡았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럼 꼭 하고 싶은 일은 있니?"

"그런 것은 없는데 뭘 해도 지금보다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그럴까?"

"야근 없는 일을 하고 싶어요. 야근만 없으면 훨씬 나을 것 같아요."

"사회 생활하면서 야근 없는 일이 어디있어?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유지만 하려 해도 숨가쁜 세상인데."

 

"우리 회사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사람을 뽑는 만큼 OOO씨가 입사하게 된다면 그 동안 해온 사회 생활 중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생각되던 순간보다 두세 배는 더 힘든 시간을 겪어야 할 겁니다."

"네, 각오되어 있습니다. 꼭 좋은 결과 얻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연일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도 반납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예전에도 그렇게 일한 경험이 있고, 체력도 문제 없습니다."

"그 마음가짐이 오래 갔으면 좋겠네요."

"일하게 해 주신다면 오래도록 한결같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앞의 것은 직장 생활 6년차인 회사 후배와 나눈 대화이고, 뒤의 것은 새로운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해 경력 사원 면접 시 나눈 대화이다.

하루의 시간 차를 두고 나는 비슷한 또래의 두 사람과 극과 극인 대화를 나누었다.

두 사람의 일에 대한 자세가 이렇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우선 일반적으로 '시작'의 힘이 시간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꼽을 수 밖에 없다.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의 투지는 하늘을 찌를듯 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시간은 관성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해 어제와 오늘의 내가 같고, 내일의 나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발견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한 지루한 느낌으로 이어지고 또다른 '시작'을 생각하게 한다.

앞으로 팀은 다르지만 같은 분야의 일을 하게 될 두 사람의 일에 대한 의지는 '시작'의 순간이냐 아니냐에 따라 달리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6년 전 후배의 입사 면접 때에도 위의 면접과 대동소이한 대화가 오고갔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시작'의 힘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흔히들 '초심으로 돌아가라'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것은 '시작'의 힘을 발휘하던 때를 떠올리고 마음을 다지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세상에는 수 많은 길이 있고, 인생에 유의미한 길이 지금 걷고 있는 길만은 아니다.

그렇기에 언제든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후배에게도 마음을 다잡고 다시 열심히 일하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도전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그에 덧붙여 후배에게 6년 전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다시 떠올려보라고, 그리고 우리는 매 순간 새로운 '시작'을 맞고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적극적인 자세로 면접에 임했던 경력 사원은 입사가 결정되었다.

나는 그 친구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다.

새로운 인간 관계를 '시작'하고, 새로운 분야의 일을 '시작'할 것이다.

지금 나와 그 친구에게 충만해 있는 '시작'의 힘을 끝까지 발휘하여 새로운 사업을 꼭 성공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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