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다

나의 종교

바람 행짱 2006. 12. 19. 19:48
 

우리 집에 요즘 종교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에 있는 막내가 얼마 전 세례를 받더니, 지난 주말에는 둘째도 세례를 받았다.

우연인지 둘의 세례명도 같다(그러나 알고 보면 다른 성인이라고 한다.).

그동안 우리 가족에게 종교는 없었다.

종교를 쓰는 란에는 언제나 '무교'라고 썼다.

그러나 친가는 천주교, 외가는 기독교를 독실하게 믿고 있어 종교를 가까이서 접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게으름 탓인지 아니면 정말 종교의 필요성을 못 느낀 탓인지 우리 가족만은 무교를 고수해 왔었다.

성당에 다니겠다고 결심한 후 열심히 교리 공부를 하고 세례를 받은 두 동생에게 종교를 갖기로 결심할만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갑자기, 정말 갑자기 성당에 다니겠다는 결심을 하고 실천했을 뿐이다.

중국에 있는 막내는 사정이 그러니 못 갔지만 둘째가 영세 받는 날에는 새로 태어나는 날이니 축하해달라기에 꽃다발을 안고 성당에 갔다.

예전 회사 근처에 성당이 있어서 가끔 평일 낮에 아무도 없는 본당에 혼자 앉아 있다 오기도 하고, 결혼 미사에는 여러 번 참석해 봤지만 영세 미사는 처음이었다.

75명이 영세를 받았던 미사는 장장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고, 딱딱한 의자에서 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어색하게 앉아 있다 가끔 일어서는 일을 반복했다.

미사가 끝나고 ‘소화 데레사’라는 새 이름을 얻은 동생은 나를 보자 언니도 성당 다니라는 말부터 꺼냈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미 종교가 있다.

남들에게 낯선 사이비 종교라 대외적으로는 무교라고 하지만 나는 ‘아신교’를 믿고 있다.

아니 믿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이 종교의 교주이다.

아신교란 나(我) 자신을 믿는(信) 종교(敎)라는 뜻으로 내가 만든 단어이다.

사람에게 종교의 의미는 다양할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종교란 살아가는 데 지침이 되고 힘이 되는 ‘무엇’이다.

그리고 나에게 그 ‘무엇’이란 나는 할 수 있다는 것, 내겐 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이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왔기에 나는 앞으로도 아신교를 믿으며 살아갈 생각이다.

그렇다고 다른 종교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나는 천주교, 불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가 공통적으로 가르치는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따르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종교란 이래저래 인간을 풍성하게 하는 삶의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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