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한 시 경이었다.
스탠드 불빛에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한 남자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세월이 흘러가면 어디로 가는지
나는 아직 모르잖아요
그대 내 곁에 있어요
떠나가지 말아요
나는 아직 그댈 사랑해요
재건축으로 인해 아파트의 대부분의 집이 비어 있어서 노랫소리는 공허하게 흩어지면서 내 귀로 흘러들어왔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가수 이문세의 노래였다.
읽던 책을 가슴에 덮고 그 남자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남자는 술에 취한 듯 했고, 노랫소리는 끊어질듯 이어지고 있었다.
그대가 떠나가면 어디로 가는지
나는 알 수가 없잖아요
그대 내 곁에 있어요
떠나가지 말아요
나는 아직 그댈 사랑해요
듣다보니 남자의 목소리에서 물기가 묻어났다.
목소리로 보나 노래 가사로 보나 사랑의 세레나데는 아닌 것 같고, 떠나보낸 누군가를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 같았다.
술 한 잔 하니 떠난 사랑이 생각났겠지.
혼자 걷다가 어두운 밤이 오면
그대 생각나 울며 걸어요
그대가 보내준 새하얀 꽃잎도
나의 눈물에 시들어 버려요
내가 청춘이란 시절을 보내고 있었을 때에도 술 한 잔 마시고 이 노래를 부르며 우는 남자들이 있었다.
그 남자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지금 저 노랫소리를 듣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대가 떠나가면 어디로 가는지
나는 알 수가 없잖아요
그대 내 곁에 있어요, 떠나가지 말아요
나는 아직 그대 사랑해요
남자의 심야의 애가(哀歌)는 끝났다.
세월이 흐르면 저 남자에게도 이 밤이, 이 노래가, 그리고 떠나보낸 사랑이 건조한 옛 이야기가 되겠지.
갑자기 적막감이 몸을 감싸는 것을 느끼며 나는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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