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함께 사는 이 사회는 항상 떠들썩하다.
사건과 사고가 끊이질 않고,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나 싶은 일들도 많다.
그렇다면 옛날에는 어땠을까?
아주 멀리까지 생각하지 말고 가까운 조선 시대에는 어땠을까?
저자 강명관이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조선의 뒷골목 풍경'은 작가의 이러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책이다.
내가 알고 있는 역사란 고등학교 국사 시간에서 습득한 지식이 전부이고, 그나마도 세월의 산을 넘으면서 대부분 망각의 강으로 사라져 버렸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왜곡의 가능성이 농후한 역사 드라마를 볼 때 뿐이다.
그러니 내가 가진 역사적 지식은 얕을 수 밖에 없고, 그나마 이 얕은 지식도 대부분이 시대를 이끈 주류라 할 수 있는 왕과 양반들의 역사이다.
그래서인지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이야기를 담은 '조선의 뒷골목 풍경'의 내용들은 새롭고 흥미로웠다.
저자가 주목한 조선시대 상놈 말똥이, 종놈 소똥이, 여성 말똥이의 삶의 기록에서는 현재 우리의 뒷골목 풍경과 그리 다르지 않은 조선 시대의 뒷골목 풍경들이 그려진다.
거리의 왈자과 탕자, 일그러진 모습의 양반들, 도박과 술로 세월을 보내는 사람들, 주류로의 도약을 꿈꾸는 선비들, 타락한 과거장, 진정한 의술을 실천하는 민중의, 사회에 반기를 든 도둑들이 그려낸 세상 사는 이야기는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 책을 읽고 감동한 것은 책의 내용이 아니라 조선시대 구석구석을 꼼꼼이 짚어가며 논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은 물론이고, 조선시대 개인 문집부터 근대에 이르러서는 백범일지와 황성신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자료를 분석해낸 저자의 노력은 경탄스럽기까지 하다.
밖으로 드러난 주류의 역사를 표면의 역사라 한다면 비주류의 역사는 내면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내면의 역사를 끌어내 먼지를 떨어내고 맛깔스러운 이야기로 완성시킨 것으로 조선의 뒷골목 풍경'은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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