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다

출가하다

바람 행짱 2007. 10. 23. 08:45

며칠 전 집을 나왔다.

지금 하고 있는 일 때문에 회사 옆에 집을 하나 얻어 부하 직원들과 한동안 함께 지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집을 나오다'라는 표현을 한자어로 하면 '출가'와 '가출' 중 한 가지이다.

부모님 몰래 집을 박차고 나온 것이 아니니 분명 '가출'은 아니니까 나는 '출가'한 것이다.

'출가'란 여러 가지 뜻을 담은 단어이다. 

국어사전에서 '출가'를 찾아보니 4가지의 뜻이 있다.

 

출가01 (出家)
「명」「1」집을 떠나감.

         「2」『불』번뇌에 얽매인 세속의 인연을 버리고 성자(聖者)의 수행 생활에 들어감.

         「3」『가』세간을 떠나서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일.

출가02 (出嫁)
「명」 처녀가 시집을 감.

출가03 (出稼)
「명」일정 기간 타향에서 돈벌이를 함.

출가04 (出駕)
「명」귀인이 가마나 수레를 타고 나감.

 

나의 '출가'는 01부터 04까지 중 어떤 뜻일까?

우선은 01-1과 03의 뜻일게다.

어쨌든 집을 나오고, 일 때문이니까.

거기에 조금 보태자면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으니까 종교적인 의미를 뺀 01-2, 3의 뜻도 포함할 것이고.

짐을 싸들고 나올 때 엄마가 '이렇게 집을 나가는 건 시집을 보내기 때문이어야 하는데'라고 하셨으니 엄마는 02의 뜻을 말하신 게지만, 나에겐 앞으로도 02의 계획은 전혀 없다.

단지 04의 뜻을 현실화 시키고 싶다는 것이 계획이라면 계획이랄 수 있다.

이렇게 집을 나와서까지 일에 매달리는데 그 결과가 좋아 귀인이 되어 가마를 타고 답답한 사무실이 아닌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다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내 계획이다.

아무튼 나는 출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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