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다

노처녀, 유부녀, 이혼녀 [만남후기2]

바람 행짱 2002. 3. 30. 22:47
대학 친구 셋이 한 자리에 모였다.
우리 셋은 서로 다른 지칭어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노처녀, 유부녀, 이혼녀가 그것이다.
15년 세월을 함께 지내면서 서로 너무도 다른 길을 걸어 온 것이다.
우리들의 사연을 좀 풀어 볼까?

<노처녀인 나>
황소 고집 저리가라 할 정도로 고집이 세다.
결혼에 대한 고민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결혼을 하고자 하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다.
철저한 운명주의자로 결혼도 운명이라 생각한다.
현재는 99% 독신주의자이고,
1%는 운명의 몫으로 남겨 두고 산다.

<딸, 아들을 둔 유부녀>
이 친구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이다.
단 한번도 남 욕하는 것 보지 못했고,
언제나 남에 대한 배려가 자신의 입장보다 먼저이다.
만난 지 한 달만에 대졸과 중졸이라는 학력차를 뛰어넘어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지만 서로를 믿으며 정말 열심히 산다.

<아들 키우며 혼자 사는 이혼녀>
이 친구의 가슴에서는 언제나 사랑이 넘쳐난다.
마치 안톤 체홉의 소설 '귀여운 여인'의 주인공 올랭카와 같다.
이 친구는 내가 처음 알던 그 순간부터 이혼할 때까지
그리고 지금 아들에 이르기까지 늘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
또한 그 사랑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사랑이다.
남편에게 새 여자가 생겼어도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시부모님 모시며 살다가 일 년 전 홀로서기를 결심하고
이제는 친정 부모님 그리고 아들과 자신있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감을 변함없이 가지고 있다.

15년의 세월을 되짚어보면 우리에게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결과 우리를 부르는 서로 다른 지칭어를 가지게 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이 운명이었는지 아니면 스스로의 선택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기에
우리 모두 지난 세월에 대한 후회는 없다.
두 친구의 얼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지난 시간이 고맙게 느껴졌다.
그리고 각자 가는 길이 어떤 길인지 모르지만
언제나 손내밀어 줄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생각에
가슴 한 쪽이 살짝 간지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