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심기가 편치 않은 후배가 있다.
이 녀석 넋두리가 강을 지나 바다까지 이를 지경이다.
이런 녀석에게 금요일 밤에 떠나는 동호회 여행에 같이 가자고, 가서 봄을 느끼면서 기분 전환하자고 했다.
흔쾌히 가겠다고, 이런 기회 아니면 봄을 느끼지도 못 하고 훌쩍 봄이 가버린다고 하던 녀석이 오늘 갑자기 여행을 못 가겠다고 했다.
"왜? 이유가 뭔대?"
"콩쥐는 밤 새워 콩밭을 갈아야 합니다."
"일해야 한다는 거야?"
"금요일, 토요일 모두 일해야 합니다."
"야, 나도 일 많아. 하지만 일은 잊고 가는 거지."
"밭갈아줄 소도 없고, 깨진 항아리 막아줄 개구리도 없습니다. 뺑덕어멈만 있을 뿐입니다."
"그럼 너 콩쥐 아니네. 콩쥐는 소도 개구리도 도와줘야 콩쥐지."
"저는 안 되는 것뿐인 콩쥐..년입니다."
"흐흐흐..."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 콩쥐들 중에서 1% 성공한 콩쥐 이야기만 세상에 나온 겁니다."
"그런가?"
"99%의 콩쥐들은 아마도 일하다 죽었을 겁니다. 구박 받다 죽었을 그녀들을 위하여..."
"아이고, 나는 왜 이 이야기가 재밌냐?"
"1%의 콩쥐는 99%의 콩쥐 마음을 모릅니다."
"나는 콩쥐 아니야. 성질 사나운 것으로 봐서는 분명 팥쥐일 거야."
"술이 덜 깼다 봅니다."
"너? 아니면 나?"
그런 것일까?
정말 우리가 아는 콩쥐 이야기는 1%의 이야기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은 아주 미미한 정도 뿐일테니까.
오늘 이렇게 콩쥐에 대한 진실을 새롭게 탐구하였다.
후배에게는 툴툴 털어버리는 내공을 발휘하는 콩쥐가 되라고 했지만 나는 그런 내공이 있는지...
언제나 내 이야기는 어려운데 남 이야기는 쉽다.
오늘은 세상 곳곳에서 일에 치여 사는 99%의 콩쥐들에게 외치고 싶다.
콩쥐들이여, 소나 개구리 그리고 왕자 따위 기다리지 말고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세상의 중심에는 콩쥐 바로 그대가 있나니.
아, 나도 이참에 팥쥐 하지 말고 성질 사나운 콩쥐 해야지.
그게 좀더 매력적일 것 같으니까.
어디까지나 내 관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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