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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마음 가는 대로

바람 행짱 2009. 8. 7. 00:41

 

  수산나 타마로 지음 / 최정화 옮김

 

10년 전, 갑자기 암 선고를 받고 두 달 만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작고 직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제 나 가려나 보다. 잠깐 눈을 붙인 사이에 내가 살았던 70년 세월이 영화처럼 스쳐지나 가더라. 어찌 모든 게 그렇게 생생하게 떠오르는지, 지나온 삶이 짧은 꿈 같구나."

그 후 할아버지는 지나온 생에서 풀지 못했던 매듭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풀었고 마음의 앙금을 모두 푼 후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

 

정말 그럴까?

사는 동안에는 시간의 흐름을 헉헉대며 쫓아가는데, 인생이라는 것이 참 긴 여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그 삶이 끝나는 순간이 오면 짧은 꿈 같았다는 생각이 들까?

만약 그렇다면 삶의 마지막 순간이 왔을 때 짧은 꿈 같은 인생을 되새기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무엇을 간직하고 싶고, 무엇을 남기고 싶을까?

 

소설 '마음 가는 대로'를 읽으면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손녀에게 남기는 편지로 자신의 인생 정리를 대신하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보다는 조금 더 객관적인 눈으로 볼 수 있는 과거에 연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것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우니 다른 누군가의 것은 더욱 그렇다.

누군가의 삶을 온전히 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모습을 알거나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소통의 여지를 만들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간의 관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족이기 때문에 안다고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에 오히려 타인보다 소통이 더 어려울 때가 있다.

소설 속의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 또한 그랬다.

그녀가 손녀에게 편지를 남기며 원했던 것은 내가 이런 삶을 살았으니 나를 알아달라거나 나를 이해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내 삶과 네 삶이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귀를 기울여 마음이 말을 할 때 마음 가는 대로 가라'는 그녀의 마지막 말이 내게는 사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서로의 마음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의미로 새겨졌다.

 

한동안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로 살았던 것 같다.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다시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마음 가는 대로' 살다가 삶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후회 없이 웃으며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