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 선우미정 옮김 / 보림출판사 2009
얼마 전 9살짜리 조카와 5박6일의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기간 동안 매일 밤마다 나와 조카는 나란히 엎드려 일기를 썼다.
하루를 마무리 하며 일기를 쓰는 것은 나에게는 일상이었고, 조카에게는 방학 숙제였다.
내가 어른인데도 일기 쓴다는 것이 조카에게는 신기한 일이었나 보다.
"이모는 어른인데 왜 일기를 써?"
"일기는 숙제로만 쓰는 게 아니야. 어른이라도 매일 하루를 돌이켜 보며 일기를 쓰는 게 좋아."
"그런데 이모, 매일 무슨 글을 써? 쓸 말이 있어?"
"그럼, 그리고 일기에는 일어난 일만 쓰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써도 되는 거야."
"이모 일기 보고 싶다."
"보여줄까?"
그리고 나는 올해 1월 1일의 일기를 펼쳐서 보여주었다.
"이건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의 일기라서 이모가 올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적은 거야. 봐, 세 가지 목표가 있지?"
조카는 큰 눈을 똥그랗게 뜨고 보더니 뭔가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 이제 일기 쓰자. 오늘은 무슨 이야기 쓸 거야? 누가 빨리 쓰나 해볼까?"
그렇게 각자 열심히 일기를 쓴 후 조카의 일기를 읽어 보니 일기 말미에 앞의 내용과는 무관한 '여름 방학의 목표' 세 가지를 써 놓았다.
그 날은 그러려니 했는데, 이튿날 다시 조카의 일기를 보니 이번에는 '오늘의 생활 목표'라는 것을 써 놓았다.
"승준아, 너 혹시 이모 일기에 올해의 목표 쓴 거 보고 이거 쓴 거니?"
"응."
"이모가 써 놓은 게 좋아 보였어?"
"응, 그래서 나도 쓴 거야."
이렇게 예쁜 녀석이 또 있을까?
나와 여행을 다니는 내내 매일 일기를 썼고 조카의 일기 말미에는 매번 '오늘의 생활 목표'가 쓰여졌다.
그 목표라는 것이 9살짜리에게 딱 맞는 수준으로 '자면서 잠꼬대 하지 말기', '커서 술 조금만 마시기' 등이어서 매일 밤 웃다 잠이 들곤 했다.
<헨쇼 선생님께>는 초등학교 꼬마의 편지와 일기 형식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소설가 헨쇼 선생님을 좋아하는 꼬마 리 보츠가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선생님의 권유로 일기를 쓰며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해 가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은 어린아이의 마음과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처음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후 겪게 된 조카와의 일기 에피소드가 책을 읽으며 느낀 즐거움과 오버랩 되어 더더욱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듯 싶다.
나는 글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의 인생에 맑은 물을 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글을 써 가면 맑게 성장해 가는 꼬마 리 보츠를 만날 수 있는 이 책이 많이 아이들에게 읽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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